[프로야구]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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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힘을 합쳐 싸웠지만 이제는 맞서 싸우는 처지가 됐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김명성(롯데.53)감독과 이희수(한화.51)감독의 인연이 화제다.

우선 두 감독의 공통점은 올해가 각각 감독 첫해가 된다. 둘 다 올해 정식감독이 됐다.

김감독은 지난해 6월 15일 김용희 전감독에 이어 투수코치에서 감독대행을 거쳐 올해부터 지휘봉을 잡았고, 이감독은 지난해 7월 8일 강병철 감독에 이어 감독대행이 된 뒤 올해부터 감독으로 승격됐다.

둘은 한국시리즈에서 똑같이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지난 92년 한국시리즈에서 한화의 전신 빙그레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었을 때 두 감독은 나란히 빙그레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코치였다.

김명성 감독은 정민철.한용덕.송진우를 이끄는 투수코치였고, 이감독은 김영덕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였다.

양 감독은 그해 1승4패로 롯데에 져 한국시리즈 축배를 들지 못한 아픔을 갖고 있다.

양 감독이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것은 빙그레 시절뿐만이 아니다. 무려 36년전인 64년 두 감독은 부산공고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뛴 경험이 있다. 3학년이었던 김감독은 투수 겸 4번타자였고, 1학년이었던 이감독은 유격수 겸 7번타자였다.

김감독은 2학년때 부산공고를 청룡기 고교야구 정상으로 이끈 고교야구의 스타였고 3학년때는 청룡기대회에서 타격상까지 수상했다.

당시 둘을 가르친 '사부' 는 부산야구의 전설 장태영씨의 친동생 장태창 감독이다.딱 1년 만에 둘은 헤어졌다.

김감독은 졸업했고, 이감독은 1학년을 마치고 서울 성남고로 전학했다. 고교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2년터울의 선후배는 한국시리즈에서 딱 한번씩 우승을 경험한 것까지 닮았다.

김감독은 94년 LG 투수코치로, 이감독은 84년 롯데 코치로 우승의 헹가래를 맛봤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이번이 첫 도전이다.

92년 함께 빙그레의 첫 우승에 도전했던 둘이다. 그러나 고향은 나란히 부산. 당시 빙그레에서 이름을 바꾼 한화와 부산 연고의 롯데 감독으로 만난 둘의 승부는 그래서 더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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