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3년6개월 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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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손님을 꺼리고 피하면 가까이 있지 않아도 손님이 그 마음을 읽어요.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여객기에서 승객을 돌보며 보낸 기간이 3만 시간을 넘어선 여승무원이 국내에서 처음 탄생했다. 비행 거리로 따지면 지구를 663바퀴나 돈 셈이다. 주인공은 대한항공의 이순열(55·사진) 사무장으로 1978년 7월 입사해 32년 넘게 객실승무원으로만 근무했다. 이 사무장은 지난 16일 오전 4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미국 뉴욕발 여객기 근무를 마치면서 비행시간 3만 1시간 46분을 기록했다. 그동안 비행기록 3만 시간을 돌파한 객실승무원은 3명이 있었지만 모두 남성이다. 비행 3만 시간은 하늘에서만 3년 6개월을 생활한 것으로 거리로는 2650만㎞나 된다. 지구 둘레가 약 3만 9960㎞이니 663바퀴에 해당한다. 그는 중 3 때 영어교사를 통해 여승무원 이야기를 들은 이후 줄곧 승무원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승무원에 도전해 꿈을 이뤘다.

 내년 8월 말이 정년인 이 사무장은 후배 승무원들에 대해 “매너나 외국어 등 외적인 실력은 예전보다 훨씬 낫지만 승무원으로서의 자부심은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중세미술 분야 박사 과정 중인 이 사무장은 은퇴 뒤에는 갤러리 가이드 등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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