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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면 비싸고…실버타운의 딜레마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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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고급을 내세운 실버타운은 전국에 19곳이 있다. 유료노인복지주택으로 정부에 신고한 시설로서 입주자는 현재 2300여명이다. 또 다른 노인주거시설로 양로원(무료 혹은 유료로 식사 및 주거 제공), 노인공동생활가정(9명 이하만 입소가능한 노인주거시설) 등 360곳에 1만4000여명이 머물고 있다.

고급 실버타운은 대부분 규모가 크고 생활·의료서비스가 제공되므로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더 헤리티지의 경우 292가구는 분양, 98가구는 임대다. 3.3㎡당 분양가는 1700만~2200만원. 분당신도시 기존 아파트값과 비슷하지만 전용면적 비율이 65%여서 전용률이 80% 안팎인 아파트보다 비싼 셈이다.

관리비 등 한달 200만원 드는 곳도

서울 자양동의 더 클래식500은 임대형 실버타운이다. 183㎡형에 살면서 서비스를 받는 비용으로 8억~8억4000만원의 임대 보증금을 내야 한다. 퇴소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만 월 관리비 120만원에 식사 한끼당 9000원을 부담하는 조건이다. 관리비와 식사비를 포함할 경우 한달 200만원 이상 들어간다는 뜻이다.

고급실버타운은 분양가가 비싸 분양에 애를 먹는 곳이 많다. 예컨대 경기도 용인의 명지 엘펜하임은 2004년부터 분양했지만 잘 팔리지 않아 최근 임대형으로 바꿨다. 실버타운개발연구소 최요섭 소장은 “분양가는 비싼데 수요층이 60세 이상으로 한정돼 웬만한 경제력을 갖추지 않으면 구입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엉터리 실버주택은 입주자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회사가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고 사라져 운영회사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파주 탄현면의 Y, 서울 노원구의 J, 서울 강동구의 H 실버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Y시설의 경우 지난해 운영회사가 적자라는 이유로 갑자기 폐업신고를 하고 떠나버렸다. 이곳에 거주하는 허모(76세)씨는 “건강이 나빠져 전문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요양시설로 이사하려는 데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실버주택 운영사가 철수하면 개인 소유자들은 대책이 없다. 현행법상 모든 시설에 대한 권한을 복지사업자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한 경우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복지시설이어도 개별 소유자가 새 운영사를 선택할 수 없고, 이사하기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2년전 입주한 서울 노원구 J실버주택 116㎡형 시세는 분양가보다 2000만원 정도 떨어진 4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는 거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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