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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흐물거리는 당 아니라는 것 보여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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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3일 청주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변했다. 투사형 정치가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민주당 안에서 나올 정도다.

 손 대표는 23일 청주에서 열린 ‘이명박 독재심판 충북 지역 결의대회’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저 사람들 길거리에서 서명이다, 규탄집회다’ 하지만 28일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민주당이 흐물거리는 민주당이 아니라는 것을 이 정권에 엄숙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2008년 1월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전신)의 대표였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구원투수 역을 맡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그는 춘천 칩거에 들어갔다. 그런 뒤 10·3 전당대회를 통해 2년여 만에 되돌아와 당 대표를 또 맡았다. 도대체 뭐가 왜 달라졌을까.

 #강력한 정권 창출의지=손 대표는 장외정치에 회의적인 정치인이었다. 2008년 촛불 정국에서도 당이 주도해 장외집회를 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시민단체 등이 주최한 행사에 참여할 뿐이었다.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당시 박근혜 대표가 사학법 장외투쟁을 벌였지만 손 대표는 오히려 “국회로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탈당 후에도 “당이 장외투쟁의 명분으로 사학법 재개정을 내세웠지만 선거를 앞두고 줄 세우기를 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장외로 나갔다. 벌써 14일째 노숙투쟁 중이다. 당 안팎에선 권력의지가 이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손 대표와 가까운 정장선 의원은 23일 “장외투쟁 이면에는 정권 창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관리형에서 대주주로=2008년 당시 손 대표는 당의 주인이 아니었다. 대선 참패의 충격에 빠진 당을 추슬러 총선을 치러야 하는 관리형 대표였다. 대표가 된 것도 전당대회에서가 아니라 중앙위원들이 뽑았다. 김부겸 의원은 “말이 대표였지, 초빙 CEO와 비슷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택된 지분 있는 대표다. 실제 당을 장악해 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정세균 체제’에서 ‘손학규 체제’로 바꾸는 작업이다. 최근 이낙연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과 회의를 하던 중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한다”고 손 대표가 호통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후 3개월이 탐색 기간이었다면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당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스타일 탈피=대학교수 출신인 손 대표는 말을 길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당 대표에 취임한 뒤 공식 회의에서 발언이 이전보다 짧아졌다는 게 당내 평가다. 손 대표는 10월 4일 당 대표가 된 뒤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말이 긴 것을 의식해 “모두발언을 (길게) 할까 봐 기자 여러분이 겁먹는다죠. 한 25분 할까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모두발언을 짧게 하겠다’는 첫 신호였다.

 연설이나 모두발언을 할 경우 원고 내용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주로 완성된 텍스트를 놓고 읽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텍스트를 읽은 다음 메모 형식으로 자신이 직접 정리해 연설하거나 발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연설에 능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했던 방식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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