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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명문 골프장 탐방 [11] 경기도 가평 ‘아난티 클럽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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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아난티 클럽 서울의 잣나무 코스 1번홀 전경. 티잉 그라운드 양편으로 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다. 아난티 클럽은 2년간의 코스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사진=아난티 클럽 서울 제공]


아난티 클럽 서울(경기도 가평)은 지난 5월 다시 태어났다. 2년 동안의 리노베이션을 마친 끝에 ‘리츠 칼튼’이란 명칭을 버리고 ‘아난티 클럽 서울’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리노베이션이란 것이 대개 코스 일부만 개조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난티 클럽을 직접 방문해 보니 완전히 새로운 골프장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주말 골퍼들은 기억한다. 옛 리츠 칼튼의 악명 높았던 코스를-. 리츠 칼튼의 코스는 짧고, 경사가 심한 데다 페어웨이 폭이 개미 허리를 방불케 하는 홀이 많아 주말 골퍼들에게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2년여 만에 다시 가본 아난티 클럽은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단 가는 길부터 달라졌다.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가던 과거와는 달리 경춘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나서 5분만 달리면 바로 골프장에 다다를 수 있다.

아난티 클럽 서울의 클럽 하우스 외관. 대형 크리스마트 트리가 내장객을 반긴다.

아난티 클럽 서울은 클럽 하우스부터 색다르다. ‘에이 하우스(A-HOUSE)’로 이름 붙여진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 마치 대도시 한복판의 클럽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이 내장객을 반갑게 맞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클럽 하우스에 에스컬레이터 시설을 설치한 골프장은 아난티 클럽이 처음일 듯싶다.

클럽 하우스의 음식도 색다르다. 일반 골프장에서 주로 내놓는 해장국·국밥·매운탕 등의 음식은 메뉴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양식 일변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난티 클럽에선 작은 놋쇠그릇 안에 장어 덮밥과 옹심이 수제비·김치 등을 담아 내온다. 저녁 때는 3㎝ 두께의 돌판 위에 스테이크를 내놓는다. 한국의 전통 음식과 그릇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골프장 지배인과 주방장 모두 서울의 특급 호텔을 거친 호텔리어 출신이란다. 클럽 하우스 창 밖으로는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수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풀 사이드엔 비치 의자가 놓여 있고, 칵테일 바도 마련돼 있다. 겨울철엔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인다. 골프장이라기보다 외국의 고급 휴양지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코스도 완전히 달라졌다. 느티나무와 자작나무 코스가 특히 그렇다. 줄지어 늘어선 백(白)자작나무를 배경으로 티샷을 하는 기분이 남다르다. 자작나무 4번 홀에 서면 티잉 그라운드 앞쪽에 커다란 호수가 입을 벌리고 있다. 느티나무 5번 홀에 가면 누구나 어렵잖게 홀인원을 할 수 있다. 정규 파3홀 그린과는 별도로 ‘깔때기 홀’을 만들어 둔 것이다.

아난티 클럽 서울은 ‘명문’을 표방하지 않는다. 골프장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뜻에서 이름도 아난티 ‘클럽’이라고 붙였단다. 중·장년층은 골프를 즐기고, 젊은이들은 파티를 하고, 어린이들은 수영장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아난티 클럽의 컨셉트다. 겨울철엔 얼어붙은 워터 해저드를 어린이들에게 아이스링크로 개방하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보컬 그룹과 뮤지컬 배우들의 콘서트도 연다. 아난티 클럽은 골프 코스가 명문은 아니지만 21세기 명문 골프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만은 틀림없다.

 가평=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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