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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때려잡기 끝 어디

조인스랜드

입력

정부가 세금 폭탄을 퍼붓고 있다. 올 들어 가격이 급등한 주택ㆍ토지 시장을 잡기 위해 무차별적인 세제 강화에 나선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투기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감춰놓은 탄력세율까지 동원할 태세다. 양도세 부담을 높일 경우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 투자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세금 압박을 통한 수요 억제책이다. 하지만 시장은 거꾸로 간다. 매도자들이 늘어나는 부담을 매수자에게 전가, 호가가 뛰는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정부가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세금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력세율 카드 쓰나=재정경제부 김용민 세제실장은 28일 양도소득세 전면 실거래가제도가 시행(2007년)에 맞춰 주택 투기지역에 대해 탄력세율(15%포인트 범위)를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탄력세율은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일정표인 2003년 10ㆍ29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주택 투기지역 내 1가구 2주택자가 첫 주택을 팔 때 기본 양도세율(9∼50%) 이외에 별도로 15%포인트 범위의 탄력세율을 부과하되 구체적인 세율은 시행령에 정하도록 돼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탄력세율은 소득세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2∼3개월이면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력세율이 적용되면 3주택자의 경우 양도세로 최고 82.5%[(양도세 60%+탄력세율 15%포인트)=75%+주민세 10%)를 내야 한다. 3주택자의 경우 양도차익이 1억원이었다면 세금 8250만원을 내고나면 손에 쥐는 것은 175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처럼 주택 투기지역에 탄력세율 부과를 검토 중인 이유는 양도세 전면 실거래가 제도가 시행되면 투기지역과 비투기지역간의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투기지역에 뭔가 세금 불이익을 줘야 하는데 현재의 양도세율 체계로선 불가능하다. 투기지역에 탄력세율을 부과하면 이런 문제는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탄력세율이 부과되면 주택시장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문제는 투기지역이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권이나 분당, 용인에 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투기지역은 강북지역은 물론 지방에서도 지정된 곳이 많다. 투기지역에 탄력세율이 적용되면 투자자들이 강남권보다 비강남권 투기지역 주택을 먼저 처분할 가능성이 커 ‘탄력세율 역풍’은 되레 비강남권이 맞을 수 있다.

노원구의 한 중개업자는 “지난달 정부가 내년부터 비투기지역내 살지 않는 집에 대해서 양도세 부과기준을 기준시가에서 실거래가로 변경키로 하면서 매물이 쏟아졌는데 탄력세율을 부과할 경우 비슷한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의 경우 탄력세율 부과 이전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 수 있으나 그 이후엔 오히려 역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중개업자들은 본다.

대치동의 K부동산 관계자는 “수요층이 여전히 두터운 상태에서 탄력세율을 부과할 경우 팔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 매물 씨만 더 마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탄력세율제도 적용은 내부 논의단계다. 시장 영향을 좀 더 조사한 뒤 8월 종합대책에 포함할 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광주ㆍ포항까지 주택 투기지역=정부는 27일 대구시 동구ㆍ북구ㆍ수성구ㆍ달서구, 부산시 수영구, 광주시 광산구, 포항시 북구, 서울 성동구 등을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주택 투기지역은 37곳에서 45곳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지가상승률이 발표되고 있는 전체 시ㆍ군ㆍ구 등 247개 행정구역 5분의 1에 가까운 18.2%가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번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6월 30일부터 주택을 팔 때 양도세를 기준시가가 아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내야 한다.

정부의 무더기 투기지역 지정으로 지방 수요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의 한 중개업자는 “올 들어 아파트값이 겨우 500만∼1000만원 정도 올랐는데 무슨 투기지역이냐”고 항변했다.

한 주부(54)는“32평형짜리 아파트가 1억원도 채 안 나간다. 아파트 값이 비싼 서울도 투기지역으로 지정이 안된 곳이 많은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의 중개업자도 “공무원들이 책상에서 앉아 상승률만 갖고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전국이 토지투기지역 지정되나=정부는 27일 서울ㆍ경기ㆍ인천과 지방 등 22곳에 대해 토지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토지 투기지역은 41곳에서 63곳으로 늘었다. 전체 시ㆍ군ㆍ구 등 247개 행정구역 중 4분의 1을 넘는 25.5%가 토지투기지역인 셈이다.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과 그 부속 토지를 제외한 상가나 사무실용 건축물ㆍ논밭ㆍ임야ㆍ나대지 등의 부동산에 대해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야 한다.

재경부 김용민 세제실장은 “투기지역 지정은 정부의 통상적인 부동산 대책의 일환이다. 토지투기지역이 많이 지정된 이유는 균형개발 차원에서 개발하는 곳이 많은 데 따른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도시ㆍ공기업 지방 이전 등 땅값이 들썩일 호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투기지역 지정이 땅값 안정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다.

경기도 이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지난해 5월말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뒤 개발예정지 땅값이 많게는 100% 이상 뛰었다”며 “투기지역 지정으로 땅값을 잡겠다는 것은 안이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충남 당진ㆍ예산 등 역시 지난해 8월 투기지역 지정 이후 땅값이 6개월 새 50∼100% 뛴 곳이 수두룩하다. 당진의 한 중개업자는 “늘어나는 세금만큼 호가가 오른다고 보면 된다”며 “땅을 사놓으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강해 투기지역 지정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진희 세무사는 “땅값은 위치ㆍ주변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다운계약서를 쓰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세금 압박 정책의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2006년 실거래가 신고-2007년 전면 양도세 실거래가 부과’를 강행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세금만으로 시장을 억누르기 힘들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세금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피드코리아 권대중 사장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 위해선 세제, 금융,거래 등과 관련된 복합처방을 내놓아야 가능하다”며“거품이 더 생기기 전에 세제를 포함한 부동산 안정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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