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달러 빚 못받고 가정 무너져 자포자기 범행

미주중앙

입력

살인사건을 벌이고 자살한 최영무씨.

피살된 윤성근씨.

지난 19일 새벽 LA남부 애너하임 아파트에서 최영무(54)씨가 수발의 총격을 가해 살해한 전처의 남편은 윤성근(54)씨로 신원이 확인됐다.

또 윤 씨에 이어 LA한인타운에서 최익철(58)씨에게 총을 쏘고 자살한 최영무(54)씨는 극심한 경제난에 가정까지 무너지며 자포자기 심정에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LAPD 올림픽경찰서와 애너하임 경찰국 합동조사팀은 “자살한 최영무 씨 옷 안에서 다량의 실탄이 든 탄창이 발견됐고 이는 한 사건을 저지르기엔 너무나 많은 양”이라고 밝히며 ‘사전에 계획된 범행’에 무게를 뒀다.

합동조사팀은 이어 “현재까지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금전적인 문제와 가정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범행 용의자 최영무씨가 이미 사망한 만큼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용의자 최 씨의 지인들도 “최 씨는 식당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에 가정까지 깨지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며 “최근에는 택시 기사 돈벌이도 쉽지 않고 지인에게 꿔준 돈도 못받아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 씨의 주변인들은 “몇 년 전 최익철씨에게 현금 8000달러를 꿔줬으나 이를 받지 못하면서 앙금이 쌓이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이 둘은 오래 전 최영무 씨가 최익철 씨 집에서 자취를 하면서 서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지인 김모씨는 “(최영무 씨는) 부인과 정식으로 이혼에 합의한 뒤에도 계속해서 부인을 잊지 못하고 재결합을 원해왔다”며 “전처가 새로운 남편과 가정을 꾸린데 대해 정신적인 고통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신의 아들이 자신보다는 전처와 양부가 사는 아파트에 함께 거주하는 길을 택하는 등 가족으로부터 소외받은 채 혼자 살아가며 종종 주위에 외로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목과 어깨에 총상을 입은 한인타운 피해자 최 씨는 현재 LA다운타운 캘리포니아 메디컬 센터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 후 자살한 최영무씨는...

2명의 한인 남성에게 38구경 리볼버로 수차례 총격을 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영무(54)씨의 측근들은 ”내성적이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1980년대 초 부인 아들 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LA지역에서 식당 및 캐더링 사업을 펼치는 등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듯 했으나 2000년대 접어들면서 사업이 점점 악화됐고 결국 2000년대 중반 쯤 파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전 부인과 이혼을 하고 가족과 떨어져 사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최 씨는 이혼 후 3~4년 전부터 LA의 올림픽과 웨스트모어랜드 인근에서 혼자 생활했으며 양로보건센터 버스 운전기사 일을 거쳐 현재는 ‘벨캡’ 택시 운전 기사로 일했다고 지인들은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최 씨가 최근 택시 경기마저 좋지 않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지난 15년간 최 씨와 알고 지낸 60대 김모 씨는 ”경기도 어려운데다 택시를 구입하려 모아놓았던 돈을 리커스토어를 열려는 지인에게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등 경제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또 자신의 전 부인마저 다른 남자와 재혼하면서 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최근 최 씨와 전화 통화를 했던 한 지인은 ”최 씨가 빌려준 돈을 못받아 굉장히 괴로워했고 이 돈을 받기 위해 법적 소송까지 생각 했었다“며 ”돈이 없어 결국 소송을 못하고 속만 태웠다“고 말했다.

LA지사=박상우 기자 swp@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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