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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고발 넉 달 지나도록 왜 소환 안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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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일 서울 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에대한 소환조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실장이 20일 3시간 동안 1인 시위를 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다. 주인공은 문재인(57) 전 실장. 야당에서 정치를 하라고 해도 꼭꼭 숨고, 앞에 나서길 꺼리는 그가 찬 겨울 바람을 맞으며 1인 시위를 한 건 조현오 경찰청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조 청장은 올 3월 경찰 내부 강연 중에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문 전 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무현 재단은 유족들의 명의로 그런 조 청장을 지난 8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21일 부산에 머물고 있는 문 전 실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어제(20일) 오전 11시부터 1인 시위를 했다. 왜 직접 나섰나.

 “조 청장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를 해 (전직 대통령을) 능멸하고 명예를 훼손했다. 한데 전직 대통령의 유족들이 형사고발을 한 지 넉 달이 지나도록 피고소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에 고소·고발한 사건은 3개월 안에 처리해야 하는데 검찰의 소환조사는 없었다.”

  -왜 1인 시위를 선택했나.

 “우리의 분노를 표현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으니까…. 1인 시위는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처음인가.

 “개인적으로는 처음이다. 다행히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할 만하더라.”

 -대통령 실장까지 지냈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겠다.

 “내가 이렇게까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담하더라. 사실 불법적인 상황이 되풀이되는 시절은 다 지났다고 믿었다. 그런데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안타깝다.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이 참 더디고 어려운 것 같다.”

 -조 청장 발언에 대한 생각은.

 “당시 검찰 관계자들도 (차명계좌가 없다고) 밝혔고, 조 청장도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터무니없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조 청장도 그건 시인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냐. 그 말을 인정하면 자리 보전이 어려우니까 그러고 있는 것이다.”

 문 전 실장은 현재 법무법인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주로 부산에 머문다. 다만 노무현 재단 일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서울에 온다.

 -시위는 언제 해보고 처음인가.

 “1987년 6월항쟁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부산본부의 상임 집행위원장이었고, 나는 상임 집행위원이었다. 그때는 같이 길거리에서 살다시피 했다.”

 -검찰이 왜 조 청장에 대한 수사를 늦춘다고 생각하나.

 (망설임없이)“정치 검찰의 눈치 보기다.”

 -다음 대응 방안은 있나.

 “1인 시위는 노무현재단 주최로 24일까지 예정돼 있다. 그 다음엔 생각을 해봐야 한다. 검찰이 지금이라도 원칙에 입각해 소환 조사를 하기 바란다.”

 문 전 실장의 1인 시위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고소 사건을 처리하는 수준의 정상적인 수순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러 사건을 더디게 진행하면서 봐주기 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문 전 실장의 1인 시위에 대해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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