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연평도 훈련 이후 … 이제 외교가 나설 차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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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연평도 사격훈련이 일단락됨으로써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의 긴장은 일단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리의 허점을 노린 북한의 기습도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군사적 차원에서 고도의 경계와 대비태세를 늦춰선 안 된다. 하지만 계속해 군사적 조치에만 의존할 순 없다.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군사와 함께 외교는 안보를 떠받치는 두 축이다. 한쪽 다리만으로 똑바로 설 수 없듯이 안보도 외교나 군사 어느 한쪽만으론 유지되기 어렵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동북아 진영(陣營) 간 대립구도를 타개할 외교적 노력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맞서 북한은 군사적 대응 대신 대화 공세로 나왔다. 평양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통해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와 사용후 핵연료봉 해외 반출 카드를 내밀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긍정적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말보다 행동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사태를 둘러싼 군사적 대치 국면을 유화적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유인책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면만 할 건 아니라고 본다. 진정성이 확인될 경우 한·미의 외교적 공동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남북한은 물론이고 주변국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한다는 결연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물밑에서는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전제로 군 당국 간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해 보자고 우리가 먼저 제안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격훈련을 둘러싼 유엔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대로 동북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新)냉전적 대립구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은 남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도 실제로는 북한 편을 들었다. 러시아는 연평도를 공격한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한국의 정당한 사격훈련을 안보리에 회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와 한·일의 합동훈련에 대응해 내년 중 동해에서 합동훈련까지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북아에서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한국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3각 협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다일 순 없다. 더구나 최근 발표한 ‘신방위계획대강’에서 드러난 대로 일본은 한반도 사태를 군사력 강화와 자위대 역할 확대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편향적 외교에서 한 발 물러서 중국과 러시아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희망적 사고에 근거해 상대방의 선의를 기대하는 아마추어 외교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은 이번 연평도 외교전에서도 확인됐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진영 간 대립구도의 높은 파도를 헤쳐 가기 위해서는 노련하고 기민한 외교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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