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자율권 확대가 우리 대학 발전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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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학이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교수들에게 많은 자율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교수·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 Los Angeles)의 진 블락(62·사진) 총장은 대학발전의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UCLA는 올해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대학순위에서 11위에 올랐고 교수·동문 등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 서부의 대표적 명문 대학이다.

 블락 총장은 17~19일 한국을 찾아 서울대 오연천 총장과 연세대 김한중 총장, 이화여대 김선욱 총장을 차례로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17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UCLA 한국 동창회에 참석한 블락 총장을 만났다.

 -UCLA가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는 비결은.

 “대학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수들에게 대폭적인 자율권(Autonomy)을 주는 것이다. 교수들에게 대학 학사일정과 관련한 권한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할 때 정부 등 외부의 제안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독립적으로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수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양보다 질을 따진다. 몇 편의 논문을 썼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논문을 썼는가를 본다. 우리는 교수들이 ‘학자’와 ‘강사’ 둘 다 되기를 바란다. 교수들은 흔히 성과를 위해 연구와 논문 작성 등을 더 중시하기 쉽지만 잘 가르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학생들의 평가와 논문, 향상도를 보고 교수들이 어떻게 잘 가르치는지를 평가한다.”

 -한국의 총장들과 많이 만났다.

 “학생 교류와 교수 공동 연구 등을 논의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한국 대학에서 UC계열 학교로 교환학생이 오도록 건의하겠다. UCLA 학생도 한국에 많이 와서 공부하고 싶어한다.”

 -서울대가 법인화될 전망이다.

 “법인화하면 더욱 유연한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간섭을 벗어나 정책을 민첩하게 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법인화로 자율성이 주어지면 그만큼 책임도 부여된다. 버지니아 대학의 경우 법인화 대가로 지역에 필요한 간호사와 기술자를 배출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자주 거론한다. 한국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UCLA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650명 정도이고 한국계 미국인 학생들은 3000여 명이나 된다. 전체 학생의 10%에 이른다. 한국 학생들은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규율을 잘 지킨다. 한국 학생들이 미국에 오면 성공하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교육열을 느낄 수 있다.”

글=김민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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