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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만반의 대비 태세 갖추고 사격훈련 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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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연평도 사격훈련을 둘러싸고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군(軍)이 오늘부터 21일 사이에 하루를 택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 어제 북한이 ‘자위적 타격’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번처럼 북한이 연평도 등 우리 영토에 대한 무력공격을 감행할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우리 군은 이미 천명한 바 있다. 어제 경고대로 북한이 지난번보다 더한 화력과 강도로 타격해온다면 강력한 응징이 불가피하다. 국지전 내지 전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다. 군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사격훈련에 임해야 할 것이다.

 당장 연평도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무차별 포격의 충격을 경험했던 주민 대다수가 육지로 빠져나갔지만 아직도 섬에는 110여 명의 주민이 남아 있다. 군은 이들에게 철수를 권유하고 있지만 끝까지 남기를 희망하는 주민이 있다면 확실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휴전선 인근 비무장지대 등 예기치 않은 곳에서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한 철저한 경계와 대비가 필요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실시되는 사격훈련은 우리 영해에서 우리가 실시하는 정당한 훈련이다. 북한은 1999년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분계선을 근거로 북측 수역에 대한 무력도발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자기 영해에서 자기 군대가 훈련을 하는 것은 주권국의 고유하고 당연한 권리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조약, 유엔 헌장을 위반한 무력도발로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자위적 타격 운운하며 추가도발을 경고하고 나섰으니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다.

 북한이 훈련을 핑계로 또다시 도발해온다면 이번에야말로 강력한 응징으로 확실히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교전규칙에 얽매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지난번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우리 군은 육·해·공 합동전력을 동원해 몇 배로 되갚아주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자위권 차원의 대응은 미국도 양해한 사항이다. 주한미군 20여 명이 이번 훈련에 참가하고,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훈련에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그 때문이다.

 연평도 훈련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바랄 국민은 없을 것이다.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한국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훌륭한 자제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지금의 풍요롭고 자유로운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며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보복은 즉각적이고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귀 담아 들을 가치가 있는 견해라고 본다. 북한의 경고 때문에 해야 할 훈련을 안 할 순 없다. 즉각적이고 단호한 응징만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어놓을 수 있다. 불굴의 투지와 냉철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위중한 국면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끄는 우리 군의 판단과 역량에 전적인 신뢰와 성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