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부천, "어느팀이 올라오든 상관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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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를 기다리고 있는 부천 SK 조윤환 감독은 어느 때보다 느긋한 표정이었다.

17일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전남 드래곤즈와 부산 대우 가운데 어느 팀이 올라와도 가볍게 플레이오프를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세심하고 꾀가 많은 조감독은 이미 플레이오프 승리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그 하나가 플레이오프 1차전을 부천의 홈인 목동에서 갖기로 결정한 것. 홈 앤드 어웨이 경기에서는 2차전을 홈에서 갖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홈팬들 앞에서 승부를 결정짓고 멋진 축하행사를 치르겠다는 심산인 것. 그러나 조감독은 "단기전에서는 기선을 제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차전에서 진 팀이 2차전에서 좋은 경기를 하기란 정말 어렵다" 고 단언한다.

또 지방(광양 또는 부산)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2차전을 갖는 부담을 사서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정규리그 막판 4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로 돌아선 팀 분위기도 조감독을 여유있게 만드는 요소.

'해결사' 이원식이 부진을 씻고 펑펑 골을 터뜨려대기 시작했으며 '신인왕 0순위' 이성재도 신인왕을 확정짓겠다는 듯 지난 13일 부산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동점골과 연장 골든골을 성공시켰다. 이들의 합세로 곽경근이 고군분투하던 부천의 공격라인은 두 배의 위력을 갖게 됐다.

윤정춘.김기동이 컨디션을 회복한 미드필드 라인도 윤정환의 장기공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특히 포항에서 이적한 전경준은 발군의 개인기와 돌파력으로 부천 플레이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조감독은 "어느 팀이 올라오든 상관없다" 며 오는 20일의 플레이오프 첫판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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