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융합으로 교역 1조 달러 시대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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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세계경제가 고장나면 수습 과정에서 잘나가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갈리기 마련이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회복과 재성장의 선두그룹에 서 있었다. 그 원동력은 수출이었다. 하지만 이젠 한 단계 도약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지식경제부는 15일 진행된 업무보고를 통해 내년 산업정책은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는 데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세부 계획을 제시했다.

 ◆교역 1조 달러 시대 개막=지식경제부는 내년 수출 5130억 달러, 수입 4880억 달러로 사상 처음 교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으로도 일곱 번째로 이루게 되는 성적이다.

 이를 기점으로 정부는 신흥시장에 보다 공을 들이기로 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의 중산층을 분석해 맞춤형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또 아프리카와 중남미·중동·중앙아시아에선 자원개발과 시장 확대를 연계하는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정체되고 있는 선진시장에 대해선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IT를 앞세운 융합이 관건=연구개발(R&D) 지원은 융합과 녹색에 맞춰진다. 전자·자동차·건설 등 주력산업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이끌었다면, 앞으론 융합과 녹색이 새로운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융합의 중심에는 정보기술(IT)이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태블릿PC처럼 고도의 기술에 감성이 결합한 하이터치 분야와 IT 기술을 자동차·조선·농업 등에 접목하는 ‘하이믹스’ 부문이 대표적이다. 안현호 지경부 제1차관은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와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필수라고 판단, 내년 2분기까지 종합대책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오와 건강관리 분야는 주목받는 새 성장동력이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데다 아직 어느 나라도 뚜렷하게 선점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유방암 치료제와 성장호르몬 제품을 내놓는 등 바이오시밀러 프로젝트의 성과물을 조속히 내놓을 방침이다.

 정부는 안정적인 에너지와 자원기반을 확보하는 데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석유와 가스는 13%, 6대 전략광물(유연탄·아연·니켈·철광·동광·우라늄)은 29%, 신전략광물(희토류와 리튬)은 10%까지 자주개발률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의 대형화를 계속 추진하고, 가스공사는 도입 위주에서 탐사와 생산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공정위는 동반성장 강조=공정위는 우선 중소기업협동조합의 ‘단가조정 협의 신청권’ 세부 조건을 ‘계약금액이 3% 이상 인상되거나 원재료 가격이 15% 이상 올랐을 경우’로 구체화했다.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남발을 막기 위해서다.

 중기조합이 대기업에 단가조정을 요청하면, 대기업은 10일 내에 조정에 나서야 한다. 2~3차 협력사 간의 관계도 보완하기로 했다. ‘원사업자의 매출액 또는 종업원 규모가 수급사업자보다 큰 경우’에는 모두 하도급법 적용을 받도록 했다. 기존에는 원사업자가 두 배 이상이어야 했다. 불공정행위가 많은 대기업의 명단은 공정위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물가 감시도 강화한다. 농축산품이나 가공식품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동차 정비 수가나 보건·의료비 등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품목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최현철·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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