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 김영희 … 북 연평도 포격 그 후 한반도를 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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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은 북한에 ‘미국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고, 한·미에는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의 진단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이기도 한 그는 본지 김영희(얼굴) 대기자와 14일 만나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차 교수는 “북한이 테러 공격 같은 도발을 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아산정책연구원·CSIS가 16일 공동주최하는 심포지엄에 고든 플레이크 미 맨스필드재단 사무국장, 토머스 크리스텐슨 미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참여한다.

 -미 국무부 대표단이 이번 방중을 통해 원하는 건 무엇인가.

 “방중의 표면적 이유는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듣는 것이나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방법을 중국과 협의하는 게 우선이다. 다음으로는 중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14일 본지 김영희 대기자와의 대담에서 “중국의 6자회담 제의는 사려 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종택 기자]

 -중국이 북한 설득에 성공했다고 보나.

 “아니다. 6자회담을 원하는 중국은 게임을 하고 있다. 북한엔 ‘미국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한·미엔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다’고 말하는 거다. 심한 건 아니지만 사소한 거짓말인 건 맞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후 6자회담 얘기를 꺼낸 건 사려 깊지 못했다. 반사적으로 꺼낸 전술이다.”

 -중국이 실제로 최선을 다한다고 보나.

 “아니다. 우리는 중국 외교력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 대국이란 사실만으로 국제적·외교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큰 역할을 하는 건 중국의 레퍼토리에 들어 있지 않다. 중국은 또 북한을 통제하는 걸 두려워한다. 너무 밀어붙이면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거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을 용인할 수 있을 걸로 보나.

 “북한 문제에 있어 오바마 대통령은 더 강경해질 수 있는 여유가 많다. 지금 오바마 행정부에 있어 북한 문제는 어느 때보다 우선순위를 갖게 됐다.”

 -다음 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오바마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선 북한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까.

 “가장 중요한 어젠다가 될 것이다. 후 주석도 그 점을 알고 압력도 느낄 것이다.”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나 후 주석이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도발과 동시에 유화 제스처도 취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정신분열 상태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이 가까워졌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데.

 “희망적 생각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대비한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지금은 3~4년 전과도 매우 다른 상황이다.”

-미 백악관·국방부도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감지하고 있는가.

 “구체적 계획은 모른다. 그러나 전보다 그쪽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건 맞다.”

 -북한이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한·미의 카드는 거의 없지 않은가.

“셀리그 해리슨 같은 칼럼니스트들은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지만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그들은 북한의 도발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촉발됐다고 보나 사실은 다르다.”

 -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 일 자위대 출격 가능성 얘기도 꺼냈는데.

 “간 총리가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반도 유사시에도 일본이 군사적 역할을 하지 않을 게 틀림없다. 한·미·일 3자동맹의 좋은 선례는 미국·일본·호주가 맺고 있는 3자전략대화(TSD)가 있다.”

 -2주 전쯤 일본 아사히 신문이 한·일 간에 ‘군사 정보 협정’에 대한 연구가 미국 지원하에 이뤄질 거라고 보도해 한국 국방부에 확인했더니 “조심스럽게 인정한다”고 했다. 중국에도 상당한 함의가 있다고 봐야 하나.

 “그렇다. 미국은 중국을 의식해 한국·일본·호주·인도 등과 3자 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는다고 본다.”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일반적 인식은 어떤가.

 “11월 중간선거에서 처음으로 중국 문제가 선거 이슈로 등장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은 미국까지도 손에 넣은 부자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의 인식은 다르다.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약한 모습을 많이 봤다.”

 -북한이 또 도발을 할 수 있을까.

 “같은 방법은 쓰지 않지만 다른 공격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심히 걱정되는 일이다.”

정리=전수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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