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예산? … 철도는 포항이 5%밖에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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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권영세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박희태 국회의장과 이상득 의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 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 의원. [뉴시스]


“형님 예산? 왜 이러십니까? 계산하고 말하세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만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에게 최근 논란이 된 ‘형님 예산’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지난 8일 새해 예산안이 처리된 이후 민주당은 이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지역 사업비가 “당초 정부안보다 최소 1449억원 증액됐다”며 비판해 왔다. 이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점을 들어 ‘형님 예산’이라고 부르며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민주당의 그런 공세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포항 예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산이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화를 냈다. 특히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매년 나왔지 않느냐”며 “포항·경주·울산(전철 복선화 사업)인데 포항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고 말하라. 철도 예산은 포항이 5%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손을 치켜들며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말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이 의원 측은 ‘형님 예산’ 논란이 불거진 자체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과메기 예산’이라고 이름까지 지은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 사업은 증액 예산 50억원 가운데 40억원이 목포에 배정됐고, 포항엔 10억원만 배정됐다”(배은희 대변인)는 등의 설명도 했다. “(목포가 지역구인)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오히려 ‘실세 예산’을 챙겼다”는 항변이었다.

 행사장엔 예산안 통과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던 박희태 국회의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박 의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징계 및 사퇴 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한다’는 질문이 나오자 얼굴이 붉게 변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등을 직권상정한 박 의장을 향해 “바지 의장”이라 비판하고 있고, ‘박 의장 징계 및 사퇴 촉구 결의안’을 15일 제출할 예정이다. 박 의장은 당분간 국회 본청 출입을 삼간 채 서울 한남동 의장 공관에 주로 머무를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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