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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하나면 글자가 확~ 실버티즌 “IT는 내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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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대구 수성구에 사는 최종진(65)씨는 인터넷으로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키보드와 화면을 번갈아 보며 입력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눈도 침침하고 허리도 안 좋아 PC 앞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달 초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사진 위)를 장만한 뒤 하루 한 시간 이상 인터넷을 즐긴다. “손가락으로 살짝 터치하거나 화면에 나타나는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하면서 쉽게 인터넷을 할 수 있어 좋아요.” 글자 크기를 맘대로 키웠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도 매우 요긴했다. 고령화 추세로 실버 세대의 구미에 맞는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이 근래 쑥쑥 크고 있다.

 ◆쉽고 간단=스마트폰보다 화면이 큰 태블릿PC가 우선 실버 수요층을 자극하고 있다. 글씨나 버튼이 너무 작다고 불평하던 고령자들이 대각선 길이 7~10인치의 아이패드나 삼성 갤럭시탭을 만나 환호하고 있다. KT 서울 종로프라자의 류중강 사장은 “스마트폰을 쓰겠다고 대리점을 몸소 찾는 노인이 거의 없었는데, 아이패드를 만져보겠다고 오는 분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KT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아이패드 예약판매를 시작해 14일까지 팔린 5만여 대 중 700대 정도를 60세 이상이 직접 구매했다. 대리구매한 경우까지 따지면 사용자는 훨씬 더 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패드 출시 때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HP가 출시한 ‘ENVY e-복합기 D410a’(사진 가운데)는 고유의 e-메일 주소가 있어 전송받은 내용을 곧바로 프린트할 수 있다. 자녀와 손자·손녀 사진 등을 인터넷상에서 e-메일이나 파일로 받아 PC로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문서와 어도비 PDF, JPEG 이미지 파일 등이 지원돼 다양한 포맷의 파일을 출력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디지털카메라 ‘블루 PL90’(사진 아래)은 PC와 연결할 때 케이블이 필요없다. 본체에 USB 단자를 내장해 PC에 이 단자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데이터를 전송 편집할 수 있다.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유튜브 등에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즐기는 실버층에 유용하다.

 ◆디지털 실버=통계청의 ‘2010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536만 명으로 전체 인구(4888만 명)의 11%가량 됐다. 인터넷이나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고령층이 두꺼워져 ‘디지털 실버(Digital Silver)족’ ‘웹버(Webver)족’ ‘실버티즌(Silvertizen)’ 같은 신조어도 생겼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에 따르면 조사 시점 기준으로 한 달 안에 한 번 이상 인터넷을 해 본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146만 명에 달했다. 60세 이상 인구 중 처음 20%를 넘어섰다.

 자연스레 장년·노년층이 정보와 애환을 나누는 웹사이트도 늘고 있다. 50세 이상이 가입할 수 있는 ‘유어스테이지(seniorblog.yourstage.com)’에는 36만 명의 회원이 모였다. 디지털 기기 정보는 물론 재테크·여행·건강식·취미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공유한다.

문병주 기자

◆웹버(Webver)족=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고령자를 지칭하는 실버(Silver)의 합성어.

◆실버티즌(Silvertizen)=Silver와 인터넷 사용자를 뜻하는 네티즌(Netizen)의 합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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