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매음녀 → 실족부녀 … 농민공 → 신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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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인권 후진국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에서 인권의식이 반영된 신조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 평화상을 받으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인권 개선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중국 공안 당국은 매음녀(賣淫女)로 불렀던 성매매 종사 여성을 ‘발을 잘못 디딘 여성’이란 뜻의 실족부녀(失足婦女)로 고쳐 부르기로 했다. 공안부 류사오우(劉紹武) 치안관리국장은 최근 “특수계층의 사람들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앞으로 성매매 여성을 실족부녀로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족부녀의 신체적 권리뿐 아니라 공개적인 망신 주기와 개인정보 공개를 금지시켜 이들의 명예와 사생활을 존중하겠다는 취지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임시 이주한 농민을 지칭하는 농민공(農民工)이란 용어도 최근에는 신시민(新市民)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도시민에 비해 교육·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아 ‘2등 국민’으로 불려 온 농민공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다. 같은 취지에서 중국 의료계에서는 정신병을 요즘에는 정신장애로 부르고 있다. 불구자라는 뜻을 담은 폐인(廢人)이란 용어를 잔질인(殘疾人·장애인)으로 완곡하게 바꿔 부르는 것도 최근의 변화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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