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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할인점 대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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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국산 할인점이냐, 원조 할인점이냐. 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시 이마트 구성점이 ‘이마트 트레이더스’라는 창고형 할인점으로 재개장하며 창고형 할인점 시장 경쟁이 불붙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전국 최저가’를 내세우며 마케팅을 펼치자 서울 양재동 코스트코홀세일 양재점이 주요 품목에 대해 가격 대응에 나섰다. 지난 10일 두 매장을 연이어 방문해 상품 구색과 매장 특성을 비교해봤다.

 ◆의류는 코스트코, 자영업 제품은 이마트=두 매장 모두 ‘소품종 대량판매’를 내세우는 전형적 창고형 할인점이다. 두 매장 모두 품목 수가 4000~5000개에 불과하다. 일반 대형마트(6만~7만 개)의 10분의 1이 채 안 된다. 이 때문에 없는 품목도 많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선 케첩은 오뚜기, 천연조미료는 CJ제일제당 제품만 팔았다.

 가장 큰 차이는 회원제 여부다. 코스트코는 3만5000원의 회비를 내고 회원 카드를 발급받아야만 매장 출입이 가능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비회원제여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주력 품목도 뚜렷이 달랐다. 코스트코는 1층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밍크코트·셔츠·청바지 등이 쌓인 의류 코너가 나타났다. 한편에선 불가리·겐조 등 수입 향수와 버버리·펜디 같은 명품 브랜드 소품을 팔았다. 수입품과 의류가 대표적인 차별화 상품인 것.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자영업자 코너가 눈에 띄었다. 식당 개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한곳에서 모든 용품을 살 수 있게끔 해놓은 곳이었다. 식당용 대형 냄비와 멜라민 그릇은 물론 업소용 냅킨에 화장실 표지판까지 마련해 놓았다. 이 매장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운영 노하우를 무료로 전수하는 ‘파트너팀’도 신설했다.

 두 매장의 가격 경쟁은 치열하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농심 신라면이 대표적 경쟁 품목이다. 지난달 26일만 해도 30개 들이 한 박스에 1만6000원 안팎이던 신라면은 12일 현재 두 매장에서 8000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2주 만에 값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이외에 입고가격이 11만5000원 정도인 칠레산 와인 알마비바(2007년)가 9만원대 후반, 대형마트에서 2만6000원 정도에 팔리는 에비앙 생수(500ml 24개)가 1만원대 후반으로, 가격 경쟁 최전선에 나섰다. 모두 역마진을 감수하고 파는 ‘미끼 상품’이다.

 ◆이마트 도매 시장 진출 교두보 될까=중소기업청과 손잡고 내년 상반기에 도매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이마트는 트레이더스가 도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이더스를 찾는 고객 중 15% 정도는 식당이나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것으로 이마트는 추산한다. 전반적 가격이 일반 대형마트보다 10~15% 싸고, 일부 품목은 도매업자의 납품 가격보다 낮은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시재(35)씨도 10일 트레이더스를 찾았다. 그는 “(도매업자에게) 450원에 납품받는 사이다 한 캔이 290원, 500원에 들여오던 신라면 한 봉지가 270원대”라며 “종종 들러 싼 물건을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창고형 할인점=소품종 대량 판매를 무기로 제품 가격을 낮춘 대형마트. 인테리어와 진열 방식을 단순화하고 매장 내 인력도 최소한으로 줄인다. 높은 천장에 박스째 물건을 쌓아놓고 판다고 해서 ‘창고형’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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