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1박2일 ‘패싸움 국회’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2010년 12월 7일 오후 8시~8일 오후 5시. 한국 정치사에서 이 21시간은 커다란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21시간 동안 여의도 국회 의사당은 ‘민의의 전당’이 아닌 ‘피의 전쟁터’로 전락했다. 몸싸움과 맞고함, 욕설이 난무한 무법천지였다.

중앙SUNDAY는 21시간의 고비고비를 되짚어봤다. 2010년 12월의 폭력국회를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기억해두기 위해서다.

<1>“한나라당 바리케이드를 몸으로 부수자!” 7일 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의 ‘진격명령’이 떨어졌다. 손 대표의 전투개시 선언에 애꿎게 수난을 당한 건 국회 본회의장 입구의 강화 유리문이었다. 민주당 당직자 200여 명은 바리케이드를 순식간에 허물어뜨렸다. 강화 유리문이 깨졌고, 이 덕분에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본회의장에 들어가 의장석을 접수했다.

<2>국회 본회의장과 로텐더홀은 7일 밤 11시부터 약 15시간 동안 민주당의 ‘점령지’였다. 그러나 8일 오후 1시45분. 한나라당이 반격을 개시했다. “으쌰, 으쌰” 함성과 함께 한나라당 당직자 200여 명은 로텐더홀의 민주당 농성진을 밀어냈다. 수적 열세인 민주당은 속수무책이었다. 이 틈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수차례로 나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측에서 “과반(150명)을 넘겼다”며 박수 소리가 터졌다.

<3>양당 당직자들의 몸싸움이 계속되던 로텐더홀 바닥에 손학규 대표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나를 밟고 지나가라”는 묵언의 메시지였다. 민주당 당직자들이 손 대표를 보호하는 데 신경 쓰는 틈을 타 한나라당은 자기 당 의원들을 본회의장에 밀어넣었다.

<4>‘괴력의 사나이’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오른쪽 뒤통수 보이는 사람)이 본회의장 입구에서 몸싸움에 휘말렸다. 주위 사람들을 헤집고 운동권 ‘투사’ 출신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왼쪽)에게 다가간 그는 강 의원 얼굴에 펀치를 날렸다. 북새통 속에 강 의원이 자신을 때리고 달아난 걸 기억했다가 되갚은 것이었다.

<5>‘괴력의 사나이(왼쪽)’와 ‘투사(오른쪽)’ 모두 피를 흘리고 말았다. 그러나 강 의원의 상처가 더 컸다. 강 의원은 입 주위에 피를 흘리면서 반격에 나서려다 양당 관계자들에게 저지당했다. 분을 참지 못한 강 의원은 기어코 곁에 서 있던 국회 경위의 따귀를 갈겨버렸다. 이 경위는 강 의원에게 폭력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6>본회의장에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 160여 명은 민주당 의원들을 거칠게 밀어댔다. ‘밀어넣기’에 이은 ‘밀어내기’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개냐, 개처럼 끌어내게!”라고 비명을 질렀다. 27분간의 단상혈투 끝에 한나라당은 의장석에 진입할 수 있었다. 양당 의원 100여 명이 밀고 밀리는 사이, 의장석 뒤편에 세워져 있던 태극기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7>여성 의원들의 ‘적’은 여성 의원이었다. 의장석에서 막판까지 버티던 민주당 최영희 의원을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이 끌어냈다. “오지마, 오지마”라고 외치며 발버둥치던 최 의원에게 이은재 의원이 발길질을 날렸다.

<8>“다 나와!” 한나라당의 의장석 탈환작전은 김무성 원내대표의 호령에서 시작됐다. ‘야전사령관’인 4선의 김 원내대표는 양복 상의까지 벗어던지고 맨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밀어냈다.

<9>한나라당 의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의장석에 선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오후 4시32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국민 여러분,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오후 4
시52분 새해 예산안은 상정 8분 만에 처리됐다.

<10>예산안과 쟁점 안건 25개가 무더기로 통과되는 걸 망연자실 지켜보던 ‘패전지장’,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는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달려가 삿대질을 해댔다. 예산안 강행처리의 ‘배후’가 이명박 대통령임을 부각하려는 제스처였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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