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아시안게임 영웅들의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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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쿵제 9단 ●·이창호 9단

제 1 보

제1보(1~14)=아시안게임에선 한국이 중국을 압도했으나 그 시발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바로 혼성페어 박정환-이슬아 조와 셰허-송용혜 조의 결승전에서 중국 측이 반칙을 범한 것. 이때 받은 2집의 벌점으로 금메달을 따냈고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셰허와 송용혜는 단체전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중국 팀 전체는 금메달에 대한 강박관념에 휩싸이며 승부의 여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어느덧 최고참이 된 이창호 9단의 눈부신 활약도 한국 선수들에게 커다란 힘이 됐다.

 한데 동요하는 중국 팀에서도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은 기사 한 명이 있었으니 바로 현 세계대회 4관왕인 쿵제 9단이었다. 그는 한국 최고의 에이스 이세돌 9단과 두 번 연속 격돌해 두 번 모두 완승을 거뒀다(이 승부가 향후 세계바둑 판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창호 9단과 쿵제 9단이 삼성화재배 16강전에서 격돌했다. 아시안게임을 한 달여 앞둔 상태에서 벌어진 빅게임. 하지만 한창 기세가 오른 쿵제에 비해 결혼을 앞둔 이창호는 조금 느슨한 자세였다. 중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바둑을 한 1~2년 쉬어도 좋겠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진검승부와는 심적으로 한 발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흑을 쥔 이창호가 중국식 포진을 펼쳤고 쿵제는 견실하게 백6. 여기서 7, 9로 낮게 두자 쿵제는 지체 없이 삼삼으로 쳐들어왔다. 이 삼삼 침입을 경계해 7은 단순히 9로 높게 두기도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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