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함께하는 NIE] 신문 활용해 사회 수업 3주 한 후 진단 평가 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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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활용교육(NIE)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어려서부터 신문에 담긴 다양한 정보와 균형 잡힌 의견을 접하다 보면 사고력과 비판 의식이 성장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NIE와 학업 성취도의 관계를 입증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경인교대 정문성(사회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이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다.

박형수 기자

신문으로 공부한 학생들 정보파악 능력 향상

정 교수 연구팀은 올 9월 인천 도화초·서울 동원중·서울 구일고에서 각각 1개 학년 2개 학급을 대상으로 사회 교과 시간에 NIE를 실시했다. 실험반은 사회 시간에 교과서 대신 신문 기사를 교재로 활용해 공부했고 비교반은 교과서로 학습했다.

3주 뒤 진단 평가를 보고 성적을 분석하자, 초·중·고 모두 실험반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비교반보다 높게 나타났다. 도화초 실험반 학생들의 평균은 61.42점으로 비교반 평균인 46점보다 크게 앞섰다. 중학생은 72.4점(비교반 53.23점), 고등학생은 55.41점(비교반 43.29점)으로 모두 실험반 성적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NIE 수업을 진행한 교사들은 “신문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입을 모았다. 도화초 김용순 교사는 “그래프 해석에서 실험반과 비교반 학생들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제시된 그래프를 해석해 경제 성장의 원인을 찾으라’는 서술형 평가 문제에 비교반 학생들은 상위권 한두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빈칸으로 제출했다. 반면 실험반 학생들은 모두 답을 적어냈다. 김 교사는 “교과서에 실린 단순한 형태의 표와 그래프만 본 비교반과 달리 신문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포그래픽을 본 실험반 학생들은 생소한 자료를 정확히 분석하는 안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구일고 손지우(사회) 교사는 “실험반은 수업 분위기부터 달랐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고 질문도 쏟아졌다. 손 교사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확실하게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내용을 배울 때도 비교반 학생들은 다소 지루해 한 반면 신문 사례를 활용한 실험반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등 재미있는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손 교사는 “교과서에는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의 연봉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전부인데, 신문으로 수업하면 ‘프리미어리 거인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서 받은 연봉은 GDP에 들어갈까?’라는 식의 생생한 사례를 들 수 있어 학생들이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다양한 활동 가능한 초등학교서 효과 높아

NIE의 효과는 서술형 평가에서 두드러졌다. 중학생은 24.6점, 고등학생은 26.38점이나 실험반의 성적이 높았다. 초등학생은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비교반의 서술형 문제 평균이 9.33점인 데 비해 실험반은 61.73점을 기록, 50점이 넘는 차이를 보였다.

정 교수는 “NIE 수업 이후 실험반 학생들이 서술형 문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암기와 이해 여부를 판단하는 선택형 문제와 달리 서술형 평가는 사고력·분석력·표현력 등 ‘고급 사고’ 영역을 측정하는 문제라 점수가 쉽게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NIE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역량 자체가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초등학교에서는 토의토론이나 신문 제작, 신문 일기 등 다양한 NIE 활동을 병행할 수 있어 실험반의 수업 효과가 더욱 컸다”고 평가했다. 중·고교 수업에서는 비교반과의 내신 차이를 줄이기 위해 신문을 부교재나 자료집으로만 단순 활용했지만, 초등학교에서는 본격적인 NIE 수업을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NIE 수업을 통해 학업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 학생도 적지 않다. 최민기(인천 도화초 5)군은 “신문으로 공부하면서 우리의 생활 자체가 다 교과서에 나온 공부 내용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 참여도도 높아졌다. 김 교사는 “기업의 독과점에 대해 배울 때 민기가 기업형 수퍼마켓(SSM) 규제법에 대한 기사를 예로 들어 독과점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개진해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동원중 오지혜(사회) 교사는 “신문 기사는 아무리 딱딱한 개념도 쉽고 재미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세계화’나 ‘가치관’ ‘다원화’ 같은 개념을 교과서로만 익히면 어렵고 지루한데, G20 정상회의를 다룬 기사와 함께 알려주면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오 교사는 “교과서의 개념만 기억한 학생에 비해 기사 속의 상황을 함께 기억하는 아이들은 이를 토대로 대안을 도출하거나 논술로 표현하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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