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부채비율, 국제기준에 맞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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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황인태
중앙대 경영대학장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부채/자본)이 기업의 재무건전성, 더 나아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부채가 자기자본의 두 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 위에 부채비율 200%라는 가이드라인이 설정됐다. 이렇게 결정된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극복은 물론 기업의 재무건전성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는 현 시점에서 부채비율을 국제기준에 따라 산식을 바꿀 때가 됐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선 부채비율을 “부채를 통해 조달된 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재무비율이며, 총부채/총자산으로 정의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인 재무금융전문 사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부채비율로 사용하고 있는 부채/자본은 ‘부채자본비율(debt equity ratio)’이라고 별도 표기되고 있다.

 지금의 부채비율은 기업의 실상을 왜곡해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조선업이 대표적인 예다. 조선업은 계약과 동시에 선수금을 받는 데다 수출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서 조선업체들은 외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물환헤지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업계는 호황일수록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차입금이 늘지 않았는데도 선수금 급증과 환율 영향 등으로 부채자본비율이 높아진다. 선수금의 경우 자산과 부채는 증가시키나 자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선물환헤지를 하면 자본이 감소된다. 호황일수록 조선업체들의 부채비율, 정확히는 부채자본비율이 증가하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부채비율은 2007년 말 483%에서 2008년 말 1022%, 2009년 611%, 2010년 6월 말 537%로 호황일수록 증가하고, 불황일수록 감소한다. 하지만 국제기준상의 부채비율, 즉 부채자산비율은 83%, 91%, 86%, 84%로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부채자본비율은 이처럼 기업의 실상을 왜곡한다. 그럼으로써 설비투자를 막아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제 부채비율을 국제기준에 맞게 고쳐야 한다. 부채자본비율이 아니라 부채자산비율로 바꿔야 한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나 사업 인가 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과는 다른 산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기업의 실상을 오판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