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린 ‘광주 → 무안공항 통합’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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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열린 호남권광역경제협의회에 참석한 강운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가 광주공항의 국내선 이전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청 제공]


정부의 광주·무안 공항 통합 정책을 놓고 광주시와 전남도가 뚜렷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광주공항의 국제선 재취항을 원하는 광주시는 광주·무안 공항 상생을 위한 협력기구를 만들자고 전남도에 제안했다. 반면 전남도는 항공기 취항과 국내·국제 노선 이전 문제는 국토해양부의 고유 업무이자 권한이라며 선을 그었다. 공항 문제를 논의할 협의 기구를 만들어 공론의 장을 이어가려는 광주시의 전략에 전남도가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6일 오전 광주 과학기술교류협력센터에서 열린 호남권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 회의에서다.

 이날 회의는 민선5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강운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가 공식 회동을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간 광주시와 전남도는 광주공항과 전남 무안공항 간 통합 문제로 첨예하게 갈등을 빚었다. 국토해양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안)을 통해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하고, 광주공항에 대한 별도의 시설투자는 없다’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 광주공항의 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한 뒤 무안공항을 서남권 중심공항으로 개발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날 시각 차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광주공항은 인천·제주 공항을 운항하는 여객 중심으로, 무안공항은 화물 중심의 국제공항으로 만들자는 게 광주시의 입장이다. 또 정부가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강운태 시장은 “2007년 정부가 무안공항을 제주공항에 뒤지지 않는 공항으로 만들기로 하고 국제선 확대나 리무진 버스 운행, 통행료 감면 등을 약속했다”며 “광주지역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장밋빛 약속들을 내 놓았지만 지켜진 게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4차 공항개발 계획에 ▶광주공항의 국내선 공항기능 유지 ▶국제선 재취항 허용 등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지사는 광주시의 문제제기 방식과 절차를 꼬집었다. 박 지사는 “국가나 지방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는 미래를 보고 한다”고 전제한 뒤 “이제 와서 국가정책을 바꾸자는 것인지, 시장이 바뀌면서 이 같은 반대 주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공항 이전에 문제가 있다면 협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한 뒤 시·도민들에게 알리는 게 맞다. 하지만 광주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광주공항과 무안공항 이용객 통계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시장의 상생기구 제안에 대해서는 “공항 문제는 국가정책인 만큼 정부 입장에 맡겨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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