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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서울 정상회의 성과 잘 활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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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성공리에 끝난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과와 의의,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볼 겨를도 없이 온 나라가 북한 무력도발 후폭풍에 매몰돼 있다. 바로 이것이 북한이 노린 주요한 목적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루 속히 북한의 무력도발을 사전에 차단하고 유사시 충분히 응징할 수 있는 국방 대책과 함께 G20 정상회의의 의의를 살리고 그 성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은 지구촌 전체 차원, 아시아 및 개발도상국 전체 차원, 그리고 우리 국익 차원에서 각각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지구촌 전체 차원에서의 큰 의의는 G20이 지구촌의 국제경제·금융협력에 관한 최상위 포럼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금번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G20 회의론자들은 위기가 어느 정도 지난 이후에 개최될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G20 국가 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중요한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었지만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경상수지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의 시한에 합의하였고, 거의 불가능하게 보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및 이사 수 조정,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 강화를 위한 ‘바젤 III’의 채택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우리나라가 주도하여 개발도상국 및 신흥국의 주 관심사인 개발과 금융안전망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도 도출했다. 아울러 G20 정상회의 과정에 세계 굴지의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서밋도 우리가 제안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이로써 G20이 위기가 끝난 이후에도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둘째,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아시아 내지 신흥경제국 차원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은 비(非) G7 국가로는 처음으로 새로운 국제질서와 국제규범 창출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냈다. 이를 통해 모든 비 G7 신흥국들은 물론 지금까지 글로벌 리더십 발휘에 소극적으로 비쳐졌던 아시아 국가들도 기회가 주어지면 글로벌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의의는 우리 국가적 차원에서 찾을 수 있다. 비록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 신흥국의 선두주자로 부상했지만 아직까지는 세계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세계경제의 새로운 틀을 짜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낸 이번 서울 정상회의는 우리 외교사적 측면에서 큰 뜻을 갖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용면에서 거둔 이러한 성과와 함께 행사, 의전, 경호, 홍보 등의 분야에서도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상당수 외국 인사들이 “한국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평가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의 기간 중 우리 국민 모두는 성숙된 시민의식과 자원봉사 정신을 세계만방에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국격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러한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와 의의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년도 의장국인 프랑스와 함께 G20 정상회의 의장단의 일원으로서 다음 G20 정상회의도 성공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사항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특히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주도해 합의를 도출해 낸 ‘서울 개발 컨센서스’의 다년간 행동계획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의 개발경험과 선진화 과정을 많은 후발 개도국 및 신흥국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G20의 성공으로 높아진 국격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에 대한 ‘디스카운트(discount)’를 ‘프리미엄(premium)’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업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제값을 받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개발과 새로운 해외 마케팅 전략을 펴나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는 이번 G20 정상회의를 통해 보여준 선진시민의식과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더욱 승화시켜 나가는 일에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