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화정책 ‘풀기’→‘죄기’ 모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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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돈 풀기에 비중을 두던 중국의 통화정책이 2년 만에 출구의 문고리를 잡았다. 2008년 11월 이후 통화정책 기조를 수식할 때 사용해온 ‘적절하게 느슨한’이라는 표현이 내년부터는 ‘온건한’으로 바뀌는 것이다. 물가 억제를 위한 추가 금리인상의 여지도 커졌다.

 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3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내년 경제정책을 논의하고 이 같은 방침을 결정했다. 이 회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직접 주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회의에선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을 주요 목표로 재확인하고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동시에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느슨한’ 기조로 바꿨었다. 시중에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자는 정책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급격한 경기 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회복 기조가 뚜렷해졌고, 10월의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오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물가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느슨한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결국 이번 결정으로 중국의 통화정책 기조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으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리 인상이 잇따를 가능성이 열렸다. 이미 인민은행은 10월 말 금리를 인상했고 수차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원(중앙정부)은 최근 정부가 직접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반시장적 수단을 통해 물가통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신화통신은 정치국 회의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투자를 통한 경제 살리기는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도해온 대형 프로젝트와 각종 지역 개발사업들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정부는 조만간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어 정치국이 결정한 방침에 따라 내년도 경제정책 기조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중국증권보는 최근 “중앙경제공작회의가 12월 초에 개최될 예정”이라며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국가 부채나 재정적자의 비중이 통제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유지하되 통화정책은 다소 긴축하는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이 같은 재정·통화 정책의 기조를 배경으로 내년부터 시작될 제12차 5개년 계획(12·5계획)의 구체적 실행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언론들은 12차 5개년 계획이 내수 확대와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 민생 보장과 개혁에 중점을 맞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앞서 지난달 30일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무당파, 공상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외 인사 간담회에서 “12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내년의 경제 운영을 잘 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안정적 경제발전, 경제구조 조정, 인플레 관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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