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 김영일 캄보디아서 ‘연평도 포격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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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형오 전 의장, 김영일 비서(왼쪽부터)

연평도 사태를 놓고 남북한이 국제무대에서 날 선 공방을 벌였다. 2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개막된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제6차 총회에서 김형오(한나라당·전 국회의장) 의원과 김영일(정치국 후보위원·전 내각 총리)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연평도 사태를 둘러싼 책임 문제 등을 놓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이날 오전 연설에서 김 전 의장은 “북한은 평화로운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민간인 2명과 군인 2명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이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며 무력공격”이라고 격한 어조로 북한을 공격했다. 그는 “북한의 잔악성과 포학성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총회 규탄 대열에 동참해 줄 것을 총회 참석자들에게 촉구했다. 김 전 의장은 약 10분에 걸친 영어 연설 중 극히 일부만을 연평도 사태와 관련한 발언에 사용했다.

 오후 연설에 나선 북한의 김영일 비서는 약 30분에 걸친 조선어 연설의 거의 절반을 할애해 반박했다. 그는 “아시아 평화와 공동 번영을 논의하는 고상한 자리에서 남측이 먼저 이 사태를 거론한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라고 포문을 연 뒤 이번 사태를 먼저 도발한 것은 남측이라고 주장했다. 김 비서는 “남측이 포 사격훈련을 중단하지 않으면 대응 타격하겠다고, 사건 전날은 물론이고 당일 오전에도 경고했으나 이를 무시했기 때문에 남측의 포 진지 자체를 타격한 것”이며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포 진지에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데려다 놓은 남측 책임”이라는 등 북한 당국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ICAPP는 아시아·태평양지역 내 모든 정당 간 교류를 통해 민주주의 발전과 공동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2000년 9월 창설된 정치인 모임으로, 이번 총회에는 36개국 89개 정당에서 382명(캄보디아 참석자 제외)이 참석했다. 한편 ICAPP 상임위원회는 한국 대표단의 요청에 따라 총회 폐막과 동시에 발표될 ‘프놈펜 선언문’에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문제를 협의 중이다.

프놈펜=배명복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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