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빛 신호전달 유전자 첫 발견

중앙일보

입력

식물이 빛을 감지하고 반응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광(광) 신호전달 유전자를 국내 과학자가 처음으로 찾아냈다.

금호생명과학연구소 최길주(최길주.30) 박사팀은 애기장대(아라비돕시스)라는식물의 광(광) 신호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NDPK2''(Nucleoside Diphosphate Kinase 2)를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최 박사는 또 이 유전자가 만드는 NDPK2 효소단백질이 식물의 광수용체(phytochrome)와 반응, 광 신호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연구결과를 영국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7일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식물이 빛을 받아들여 광합성을 하고 꽃을 피우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할 뿐아니라 이를 이용하면 개화시기 조절이 가능한 식물이나 빛을 적게받아도 잘 자라는 식물 등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은 한곳에 정착해 살기 때문에 빛 등 주변 환경요인을 감지, 싹을 틔우거나꽃을 피우는 시기 등 결정하는 자체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밝혀내는 것은 생물학계의 오랜 과제로 여겨져 왔다.

최박사는 애기장대에서 NDPK2 유전자와 이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효소단백질이 식물에서 처음 빛을 감지하는 물질인 광수용체와 직접 결합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광신호를 전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는 "식물이 빛을 감지해 성장하고 개화시기 등을 결정하는 것은 여러 단계의신호전달과정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NDPK2 효소와 광수용체의 상호작용은 이 과정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또 NDPK2 유전자에 결함이 생긴 돌연변이 식물은 빛을 쪼여도 떡잎이벌어지지 않고 광합성에 필요한 엽록소가 생성되지 않는 등 광 신호전달이 제대로안되는 것을 확인, NDPK2가 광 신호전달의 핵심 유전자임을 입증했다.

즉 정상적인 식물은 싹이 난 뒤 빛을 받으면 떡잎이 벌어지고 엽록소가 만들어지면서 성장하는데 NDPK2 유전자에 이상이 발생한 식물은 빛이 없는 곳에서 있는 콩나물처럼 떡잎이 벌어지지 않고 엽록소도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식물의 광 신호전달체계를 완전히 이해하면 유전자를 통해 이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식물의 꽃피는 시기를 조절하거나 적은 빛으로도 잘자랄 수 있는 식물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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