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상 급식’ 충돌 속 시의회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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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일 오전 한나라당 서울시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내건 플래카드를 민주당 시의원들이 떼내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내 초·중학교에 무상급식을 하기 위한 조례안이 고성과 욕설·몸싸움 끝에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시의회는 1일 오후 8시40분 본회의를 열어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71, 기권 18로 통과시켰다. 조례안은 이날 오전 10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안건을 상정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나라당 의원 23명이 본회의 시작 20분 전 단상을 점거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 아래에 ‘교육환경 외면하는 무상급식 절대 반대’ ‘급식실도 없는 학교 부자급식 웬말이냐’는 문구를 적은 플래카드 2개를 내걸고 하루 종일 농성을 벌였다.

 정회를 반복하던 오후 8시20분 김명수(민주당) 운영위원장은 “예산 심의 등 일정이 촉박해 더 기다릴 수 없다”며 “의회의 정상적인 진행을 위해 의장석 점거 의원들을 해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사무처 직원과 민주당 시의원 70여 명이 단상으로 다가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끌어내면서 의장석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뭐 하는 짓이야” “부끄러운 줄 알라” “술 먹고 들어와 행패냐”는 등 고함과 함께 비명·욕설이 오갔다.

 10여 분 뒤 의장석에 오른 허광태(민주당) 시의장은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고 안건을 기립 표결에 부쳐 찬성 76, 기권 18로 통과됐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찬성·기권을 합친 수가 재석 의원 수보다 5석 많다는 지적이 있자 20여 분 후 “찬성 71로 속기록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조례안 통과 직후 “의결 숫자에 문제가 있는 등 논란의 소지가 생겨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친 후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다만 교육감의 고유 권한인 학교급식을 시장에게 이양해 행정·재정적 부담을 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79명 전원과 교육위원 등 86명이 공동 발의해 지난달 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가 통과시킨 조례안은 무상급식 지원 대상을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보육시설로 정하고 초등학교는 2011년, 중학교는 2012년에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매년 7월 말까지 급식지원 계획을 세우고 경비를 다음 해 예산에 우선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용석(서초4) 시의원은 “1일은 시정 질의를 하고 15일이나 17일에 안건을 처리하기로 양당이 의견 조율을 했다”며 “오전 9시4분에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문자로 알려 온 것은 기습상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오승록(노원3) 대변인은 “기습 점거야말로 반민주적 만행”이라고 반박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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