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북한을 너무 몰랐다 … 한·미는 중국이 그렇게 모를 줄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는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판단과 전망이 한국이나 미국의 인식과 엇갈리는 부분이 엿보인다. 그런 차이는 중국 당국자가 직접 말한 부분에서도 드러나지만 한국 정부 당국자의 입을 통해 전달된 부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통상부 제2차관 시절 사석에서 중국의 고위 관리 두 명이 “한반도가 남한 주도로 통일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했다. 외교전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한국이 중국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는 한 남한의 흡수 통일을 방해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천 수석이 말했다는 것이다. 천 수석은 당시 대화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중국은 한·미·일과의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군사적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천 수석은 또 중국이 북한을 신뢰할 만한 동맹으로 보지 않는다는 언급도 했다.

 천 수석은 또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다수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며 “중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완충 국가’로서 가치가 거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도 전했다고 외교전문은 전했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영향력이 중국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에 따른 급변 사태보다는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한국 내의 일반적 판단과는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천 수석은 스티븐스 대사에게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표현했다. 천 수석이 “(우다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무능하며 거만할 뿐만 아니라 북한과 비핵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홍위병 출신의 마르크시스트(마르크스주의자)”라고 폄하했다는 것이다. 또 “우다웨이 대표가 영어를 잘 못해 의사소통도 잘 안 된다고 불평했다”는 천 수석의 발언 내용도 외교전문에 기록돼 있다. 스티븐스 대사는 천 수석으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이 한국 정부 당국자의 속내를 반영하고 있는 데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나름대로 구체성이 있어 이를 본국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1952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