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자신이 직접 촬영한 세계의 갖가지 풍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KBS1 '세상은 넓다' (오후 5시45분) 출연자 가운데는 여행사나 종합상사 등 외국 출장이 잦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 지난주부터 3주 동안 매주 월, 화요일에 출연하는 김지희(34)씨도 이미 이 시간을 통해 수차례 얼굴을 비친 '단골손님' . 그런데 그는 해외출장과는 별 관계없는 서울 광영여고의 평범한 교사다. "담당 과목이 세계사거든요. 그러다 보니 인류의 역사가 남아있는 해외로 여행하며 학생들에게보여주고 싶은 곳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게 됐어요. 또 출연료로 항공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프로그램에 나오게 됐죠. " 97년 3월 처음 방송에 출연한 이후 그는 방학 때마다 외국에 나가 꼬박 1개월을 채워가며 비디오 작업을 해왔다. "처음에는 방송에 나갈 만한 화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실력이 없었죠. " 그래서 그는 교육기관에서 정식으로 비디오 촬영과 편집을 배웠고 고가 장비인 디지털 카메라까지 구입했다. 김씨가 그동안 방송을 통해 소개한 곳은 이집트.터키 등의 나일 문명, 멕시코의 마야.아즈텍 문명, 이탈리아의 로마.르네상스 문명, 레바논.시리아 등 티그라스-유프라테스 문명 등이다. 이번 방영분은 지난 7월~8월 촬영해온 페루.볼리비아 등지의 티와나코.잉카 문명이다. 그가 찍어온 테이프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곳은 방송보다는 교육 현장이다. "제가 촬영한 화면을 편집해서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줘요. 예를 들어 도리아.코린트 등 건축양식도 딱딱한 교과서보다는 영상을 이용하면 학생들이 빨리 이해하죠. " 그는 또 특기 적성교육의 일환으로 '세계 문화 기행반' 을 꾸려 비디오를 통한 문화유산 답사 여행을 벌이고 있다. "이번 겨울방학 때는 그동안 가보지 못한 동유럽이나 인더스강이 흐르는 파키스탄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꿈은 실크로드를 횡단하는 것이고요. "
김지희교사 "지구촌 역사현장 TV로…교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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