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포격당한 날 밤 대북 전단 40만 장 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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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23일 오후 11시 국방부가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 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전단을 살포했다”며 “강원도 철원과 대마리, 경기 연천과 김포 등 4곳에서 전단 40만 장을 대형 고무풍선에 담아 북한으로 날려보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 5월 24일 라디오방송과 전단, 확성기(대형 스피커) 등으로 대북 심리전을 재개한다고 발표했으나, 이 중 FM 라디오 방송만 실시하고 전단 살포나 확성기 심리전은 미뤄왔다. 군 관계자는 “5·24조치 발표 이후 언제라도 전단 살포가 가능하도록 100만 장 이상의 전단을 준비해두었다”며 “이번에 뿌린 전단에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하고 북한 김정일 체제와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과거 우리 민간단체들이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살포하는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여왔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전단 살포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전단 내용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북한의 정권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포탄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리전을 관장하고 있는 합동참모본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 다만,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재개하지 않았다”고 말해 전단을 통한 심리전 재개를 사실상 확인했다.

 군이 ‘말뿐인 5·24 조치’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미뤄왔던 전단 살포를 재개함으로써 앞으로 대북심리전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군은 본격적인 대북 심리전을 위해 군사분계선(MDL) 일대 11개 지역에 확성기를 설치해 놓고 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확성기는 출력을 최대화할 경우 야간에 약 24㎞, 주간에는 약 10여㎞ 거리에서도 방송 내용을 청취할 수 있어 북한군은 남북 군사회담에서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북한은 남측이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면 조준격파 사격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북송 중인 대북지원 물자 회수=통일부는 26일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 신의주에 보내려던 수해 구호물자의 수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단둥 보세구역에 보관 중인 시멘트 3700t과 의약품 5억8000만원어치 등을 한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인도요원도 27일 귀국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앞서 영유아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8개 단체 24억6000만원 상당의 물품과 2개 단체 2억5000만원 상당의 수해 구호물자의 대북 반출을 금지시켰다.

 개성공단에 대한 우리 관계자의 방북은 포격 5일째인 27일에도 금지된다. 다만 현지에서 근무 중인 남측 입주기업 직원 등에게 필요한 식료품과 유류·가스 공급을 위해 차량 7대와 운전자의 방문은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26일 밤 북한 지역 체류 인원은 개성공단 539명과 금강산 지역 14명으로 파악됐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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