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새 국방장관은 군을 실전형으로 탈바꿈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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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김태영 국방장관을 전격 사퇴시키고 하루 만에 김관진 전 합참의장을 후임으로 내정했다. 국방장관의 경질은 북의 도발에 국군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미흡했던 데 대한 문책성이라고 전해진다. 청와대가 밝혔듯이 군의 사기 진작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도 필요했을 것이다. 안보적으로 위중한 상황에서 군 지휘체계에 조금이라도 빈틈이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조속히 후임이 내정된 것은 다행이다.

 우리 군의 주 임무는 북한의 남침을 경계하고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다. 60만 이상의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며 연간 30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갈수록 대담해져 가는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을 보면서 우리 국민과 정부, 나아가 군까지도 북한의 도발 의지를 과소평가한 탓이다. 모두의 잘못이겠지만,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집단이 바로 군이다. 새 국방장관 내정자는 이 점을 유념해 과감한 군 개혁에 나서야 한다.

 육·해·공군의 합동성(合同性)을 강화하고, 방만한 장성 숫자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며, 장비를 보완해 전력을 강화하는 일 등 새 국방장관이 추진해야 할 개혁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는 ‘관리형’에 치우친 우리 군을 ‘실전 전투형’으로 탈바꿈시키는 일과 서해 5도를 사수할 전력을 하루빨리 갖추는 일이다.

 우리 군은 베트남전 종전 이후 40년 가까이 전쟁을 겪지 않았고 그 결과 언제든 전쟁에 투입될 수 있다는 긴장감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 각급 군 지휘관들은 전력증강과 군기확립보다는 승진·보직에만 매달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호시탐탐 허점을 노리는 북한을 마주한 우리 군이 이래선 안 된다. 신임 장관은 우리 군의 주요 지휘관들이 유사시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전쟁과 전투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와 준비태세가 체질화하도록 고삐를 죄어야 한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는 북한이 이 지역에서 도발 규모를 갈수록 확대할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 북한은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 반면 우리 측 대비는 너무 허술했다. 신임 국방장관은 ‘서해 5도 지역 특별방위계획’을 수립해 시급히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1000기에 달하는 북한의 해안포를 능가하는 화력을 갖추는 일이 급하다. 특별예산을 편성해 집중 투자를 한다면 단기간에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제 능력이면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5도 지역을 난공불락(難攻不落)의 튼튼한 요새(要塞)로 만들고 무인항공기와 근거리 정밀유도무기 등을 다수 배치한다면 북한의 도발을 즉각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응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국방장관의 지휘·통솔이 있어야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수 있다. 북한의 재도발 가능성이 높은 위급한 상황이다. 국토방위의 최고 지휘석이 흔들려선 안 된다. 국회도 청문회 과정에서 비상시기임을 충분히 감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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