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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버밍엄·옥스퍼드까지 대학생 13만 명 다시 거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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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국 대학생들이 24일(현지시간) 정부의 대학 수업료 인상에 반대해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에서 한 학생이 경찰차량 위에 올라 가 구호를 외치는 동안 다른 시위 참가자들이 창문을 부수고 있다. 영국 최대 노동조합 유나이트도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런던 AP=연합뉴스]


대학 수업료 인상에 반대하는 영국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2주 만에 다시 벌어졌다. 24일(현지시간) 런던을 비롯해 버밍엄·옥스퍼드 등 주요 도시에서 약 13만 명의 대학생들이 집회, 수업 거부, 거리 행진 등의 시위를 벌였다.

도시별로 2000~3000명 정도가 모였으며 일부 고등학생들도 교복을 입은 채 참가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3일 예산 감축을 위해 2012년부터 대학 학비 상한선을 연간 3290파운드(약 590만원)에서 9000파운드(약1615만원)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런던에선 학생들이 정부 청사가 밀집한 화이트홀 거리에서 행진을 하려다 경찰의 저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경찰관 2명과 학생 10여 명이 다쳤고 학생 32명이 체포됐다. 학생들은 거리에 주차된 경찰 차량을 무단 점거한 뒤 차량을 전복시키기 위해 흔들거나 창문을 깨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차 지붕 위로 올라가거나 공중전화 박스를 부수고 버스 정류장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외무부 청사 담장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예산 감축 반대’ 등의 구호를 적었다. 총리실 측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폭력이나 위협을 주는 방법으로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일에도 대학생과 강사 등 5만여 명은 런던에서 학비 인상과 대학 지원금 삭감 등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당시 학생들은 연립정부를 주도하는 보수당이 입주해 있는 고층빌딩인 밀뱅크 타워로 몰려가 옥상을 점거한 뒤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특히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학생과 빈민층의 지지를 받는 자민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대학 학비를 없애겠다고 공약했으나 연정 참여 뒤 학비 인상으로 입장을 바꿨다. 23일엔 일부 학생들이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를 닮은 인형을 불에 태우기도 했다. 클레그 당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약속을 못 지키게 돼 매우 유감이다”면서도 “연정에 참여한 이상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 영국 최대 노동조합 ‘유나이트’가 환영의 뜻과 동조 의사를 보여 시위가 더 큰 규모로 확산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유나이트 신임위원장인 렌 매클러스키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저항의 동맹’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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