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북, 주민 폭격은 계산된 도발” … 오바마 “내가 중국에 전화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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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북한의 포격과 관련된 한반도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항상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한·미가 긴밀히 협의하고 있어 깊은 신뢰를 느낀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군의 연평도 공격 직후 우리 정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다. 오전 11시30분부터 30분간 진행된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이번 도발에 대해 어느 때보다 양국이 공고히 대응하고, 특히 24시간 긴밀하게 강력한 공동 대응을 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28일부터 열리는 훈련에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이 참여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 일반 주민에 대한 무차별 폭격이 이뤄졌고,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프로그램) 발표 이후 저지른 도발이라는 점에서 계산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중국 정부에) 전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라’는 뜻을 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그동안 부인했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공개했고, (연평도에) 도발을 했다고 밝힌 만큼 (이번에는) 중국도 협조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정상들이 구체적인 추가 제재 방안까지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국 실무급에서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에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헬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연쇄통화를 했다. 23일 상황을 설명하고 공조를 요청하기 위한 통화였다. 간 총리는 중국을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큰 만큼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일본도 이런 메시지를 중국에 주겠다”고 했다. 캐머런 총리도 "북한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중국도 동참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교전규칙 수정 검토하라”=통화에 앞서 이 대통령은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어제(23일)와 같은 국지도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한 방향으로 교전규칙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지 검토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해 5개 도서에 군 대응전력을 보강하라. 예산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내년도 예산에 우선 반영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가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예정됐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대국민 보고대회’도 연기했다”며 “대신 연평도 도발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경제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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