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단맛 좋아하면 스트레스 더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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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김단중 씨는 모범적인 직장인으로 이제껏 과음이나 과식은 거의 해본적이 없으며,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충분한 휴식을 통해 활기와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까닭모를 피로와 짜증이 그녀의 생활을 엄습하였다. 얼마 전에는 별일 아닌 시빗거리로 직장동료와 크게 다투어 본인 자신이 놀란 적이 있었다. 게다가 업무효율도 많이 떨어져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컸다. 그녀를 인터뷰하던 중 유난히 과자와 초콜릿 사랑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초콜릿을 좋아해 책상 서랍 안에 항상 초콜릿을 넣어두고 기분이 나빠질라치면 바로 꺼내 먹었다. 그뿐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초콜릿케이크를 먹어야 하고, 마트에서 산 초코파이 한 통 정도는 며칠 안에 비워내는 편이다.

필자가 그녀의 생활을 관찰한 뒤 내린 결론은 ‘심각한 수준의 단맛 중독증’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단맛중독 자가진단에서도 6개가 해당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쌓일 때 단 음식을 먹으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단음식을 과잉 섭취하면 신체적인 문제는 물론 각종 정신적 문제마저 생길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단맛음식을 먹고 나면 바로 분비되는 인슐린 때문에 혈당이 떨어져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단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고 생기가 도는 것은 잠시일 뿐, 나머지 시간에는 대개 무기력하거나 짜증을 내며 지내기 일쑤다. 또한 설탕 중독은 각종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단음식은 인슐린에 의해 체지방으로 축적되어 비만의 원인이 된다.

그녀는 단 음식을 먹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초콜릿에 중독된 사나운 입맛 탓에 스트레스가 증폭되고, 그 스트레스가 입맛을 자극해 다시 초콜릿을 섭취하면서 더욱 입맛이 사나워지고, 사나워진 입맛이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식탐을 일으키고 식탐은 스트레스를 부추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의 흐름에 간섭해 식욕을 돋우고 지방이 쉽게 축적되도록 유도한다. 힘든 일을 계속하다 보면 먹을 것이 자꾸 당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단것이 당긴다.

슈거블루스(Sugar Blues)라는 병이 있다. 설탕이 들어 있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걸릴 수 있는 일종의 우울증을 말한다. 단맛 중독으로 인한 금단증상으로 인한 병이다. 그녀는 단맛중독과 슈거블루스 소견을 동시에 보이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래 처방을 내렸다.

- 음식에 대한 생각바꾸기
(단맛 음식의 유해성. 물과 야채, 한식의 우수성에 대한 인지 습득)
- 입맛소독훈련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잔 먹기. 간식먹고 나서 바로 물한잔 먹기)
- 간식은 초콜렛 대신 야채쥬스로 하기
- 하루에 물 2리터 먹기
- 당분간 초콜렛이나 과자는 금지 이후에는 자율
(한달에 한두번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 야채 섭취 5g 늘리기 위해 당근과 브로콜리, 오이 등을 반드시 식탁에 두기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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