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1위 못하는 회사’ 공통점 … “현장에서 부딪히고 보라는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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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과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이 각각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과 삼성카드 고문을 맡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2년5개월 전 공식 해체된 전략기획실에서 실장과 차장을 맡으며 그룹의 주요 현안을 총괄했다. 따라서 올 연말 인사에서 이 고문이 그룹 조직의 책임자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 들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해외 출장 때 이 고문이 빠짐없이 수행하는 모습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두 명 모두 계열사 고문으로 물러나고, 그룹 새 컨트롤 타워의 책임자에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이 임명됨으로써 이런 관측은 빗나갔다. 특검 수사 등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두 사람이 자유롭지 않은 만큼 이 회장이 새로운 진영을 짜겠다는 쇄신 결심을 한 것으로 그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이들의 인사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인용 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이 이례적으로 ‘문책’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런 가운데 이들이 고문으로 가는 계열사에도 자연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카드는 공교롭게도 삼성그룹이 해당 업종에서 1등을 하지 못하는 계열사들이다. 건설교통부가 매년 평가하는 시공 능력 순위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05년 1등을 했으나 2006년 이후 대우건설·현대건설에 밀려 5년 연속 2위에 머물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부동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용산 역세권 개발 혼선 등을 놓고 지난 4월부터 그룹 차원에서 경영 진단을 받기도 했다.

 한때 카드업계 1위를 넘봤던 삼성카드도 신한카드에 수위 자리를 내줬고, KB카드·현대카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2위 자리마저 내놓은 상태다.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다른 금융 계열사들이 각 업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학수·김인주 고문이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두 사람에게 해당 회사의 현황과 문제점을 현장에서 부딪히고, 보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두 회사가 그룹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삼성물산은 화학 계열사와 삼성 SDS·제일기획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 카드는 금융산업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12년 4월까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25.6%)을 5%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 현안이 걸려 있는 회사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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