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광저우] 또 중국에 막힌 한국 탁구의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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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탁구가 ‘노 골드’로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쳤다.

 탁구는 20일 열린 아시안게임 남녀 단식에서 주세혁(삼성생명)과 김경아(대한항공)가 각각 동메달을 따내며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남자 단체전에서만 은메달을 한 개 획득했고, 남녀 단식과 남자 복식·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 4개를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금메달은 한 개도 없다. 한국 탁구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개 대회 연속으로 노골드를 기록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002년 부산대회까지 이어졌던 금맥이 8년째 끊겼다.

 그나마 한국 탁구가 희망을 발견한 건 남자 복식에서였다. 신출내기 정영식(대우증권)과 김민석(이상 18·인삼공사)이 준결승에서 중국의 최강 복식조 왕하오-장지커에 3-4 풀세트 접전 끝에 석패했다.

 이제 답은 나와 있는 셈이다. 국내 성적과 관계없이 기존의 얼굴들로는 더 이상 세계 최강 중국 벽을 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남자 대표팀의 김택수 감독은 “출혈이 있어도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세혁·오상은 등 기존의 선수들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로 오상은·주세혁·이정우가 나섰다가 0-3으로 완패했다.

 중국 탁구는 갈수록 위세를 떨치고 있다. 중국은 두터운 선수층과 자국 내 최고 인기를 자랑한다. 이면타법 등 변칙 기술과 새로운 구질 개발 등 정상을 지키는 기술도 이미 경쟁국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중국은 이번 대회 탁구에 걸린 금메달 7개를 모두 쓸어 담았다.

 한국 탁구가 거대한 중국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력이 이미 노출된 기존의 선수가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키우고, 중국의 빈틈을 노려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자대표팀의 현정화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긴 안목으로 발굴해서 전략적인 복식조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막강한 전력을 상대로 단체·개인전을 노리기보다 중국 복식조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인 복식조를 만드는 게 더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광저우=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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