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그린·스마트·바이오, 한국 기업의 미래 먹거리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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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래산업전망대
삼성경제연구소 엮음
삼성경제연구소
250쪽, 1만2000원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중 등대 불빛이 보이는 것만큼 기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남은 건 등대쪽으로 열심히 배를 저어 가는 일뿐이다. 한국 기업과 산업이 살아온 방식이 그러했다. 외국에서 히트치는 상품, 글로벌 기업들이 유망하다는 산업을 등대 삼았다. 그리고는 값싸고 디자인 좋고, 기능성 뛰어나게 만든 게 성공 비결이었다. 이른바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전략이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우리가 등대가 돼야 한다. 길도 잘 보이지 않고 분명한 답도 없지만, 그래도 새로운 메가트렌드(큰 흐름)을 만들어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향후 대박날 상품과 산업, 기술을 전략적으로 준비하자는 건 그래서다.

 이 책은 그런 미래를 위한 정보 제공서다. 삼성그룹의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하는, 한국의 기업과 산업이 나아갈 방향이다. 키워드는 그린과 스마트, 바이오 등 세 가지다. 대박날 가능성이 높은 신성장 산업도 소개한다. 그중 하나가 생명연장산업이다.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단초는 잡혔다. 인간이 노화하는 건 텔로미어라고 하는, 염색체 양 끝에 붙어있는 작은 유전자 조직때문이다.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기에 노화한다. 그렇다면 그 길이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게 노화방지의 핵심이다.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의 개발을 위해 선진국 거대기업들이 뛰어든 이유다. 이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효소다. 성공만 한다면 미래 보장은 따놓은 당상이다. 평범한 인간을 천재로 만드는 상품과 기술이 개발돼도 대박일 것이다. 이미 지능향상을 위한 신기술이 한창 연구중이다. 로봇산업도 미래의 수종산업이다. 사람 대신 전투하는 군용 로봇, 장애인을 위한 의족 로봇과 의수로봇 등의 시장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영화 주라기공원처럼 공룡을 부활시킬 날도 머지 않았다는 대목도 있다. 사실 미래의 비즈니스만 생각하며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없다. 세상이 장차 어떻게 변할지, 상상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값어치 있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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