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 월간 경제지인 포춘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안에서는 54위(2003년 매출 기준)다.
한국 기업 중 포춘 100대 기업에 드는 곳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98위) 등 두 곳 뿐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기업들이 크게 성장했지만 세계 정상급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기에는 아직은 덩치가 작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1일 내놓은 '한국기업 성장 50년의 재조명'이라는 보고서는 국내 100대 기업과 글로벌 100대 기업의 경영성과를 비교했다.
◆몸집은 세계기업의 9분의 1=한국 100대 기업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58억달러 규모다. 포춘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의 525억달러의 11%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 기업의 평균 매출이 93억 달러로 글로벌 기업의 7분의 1을 기록해 격차가 가장 적었다. 반면 음식료 업종의 경우 33분의 1 밖에 안됐다.
종업원 수는 더 차이가 난다. 한국 100대 기업의 종업원 수는 평균 6943명으로 글로벌 기업(18만6992명)의 27분의 1 수준이다.
인력을 적게 쓰는 대규모 장치 산업의 비중이 높은 데다 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인력을 줄였기 때문이다. 또 국내 기업의 '평균 나이'는 36년이다. 글로벌 기업의 102년에 비해 크게 젊었다. 국내 기업의 평균 연령은 외환위기 이후 다수의 기업이 몰락하면서 1995년의 41년보다 5년이 더 젊어졌다.
◆수익성 앞서나 부채비율 높아=한국 기업의 지난 5년간 평균 매출증가율은 14.2%로 글로벌 100대 기업의 13.5%보다 다소 높았다. 국내 기업의 제조업 성장률은 높았지만 서비스와 금융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소 측은 "세계 산업의 조류가 지식서비스화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국내 서비스산업의 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도 국내 기업이 다소 앞섰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6.7%로 글로벌 기업의 5.4% 보다 높았다. 그러나 부채비율은 국내기업이 180%로 글로벌 기업(106%)보다 높았다.
업종 분포를 보면 한국 기업은 제조업 중 전기전자(17.7%)의 비중이 높은 반면 글로벌 기업은 화학(20.8%) 비중이 높았다. 글로벌 100대 기업에는 정유사가 12개나 포함됐고 특히 헬스케어 3개사, 엔터테인먼트 1개사도 이름을 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 노출되면서 기업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