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진짜 환율 조작국 … 중국에 이중잣대 들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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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모든 나라가 변동환율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환율을 조작하는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에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금융전문가인 왕궈강(王國剛·55·사진)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장은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베이징의 사회과학원 건물에서 ‘동아시아 금융감독’을 주제로 한국자본시장연구원(원장 김형태)과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를 주재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이 경험하지 못한 금융위기를 겪었고 극복했다”며 “금융감독과 상품 등 중국이 배울 것이 많기 때문에 자본시장과 금융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서 태어난 그는 중국인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그는 한동안 증권투자서비스 회사와 회계사무소를 경영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행사 측면에서 대규모 정상회의를 잘 치렀다. 다만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가 이슈가 돼버리면서 기존의 G20 주요 이슈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내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선 기축통화 문제가 핫 이슈가 될 전망인데.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의문을 갖게 되면서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그러나 앞으로 20년 안에 특정 화폐가 미 달러를 대체할지는 미지수다. 상당 기간 동안 단일 화폐가 아니라 ‘다원적 화폐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중국이 원한다고 일방적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국제시장이 인정하고 거래에 사용해줘야 되는 것이다. 중국은 환율제도와 금리제도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조치에 중국은 어떻게 대응하나.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미국 경제에 양적 완화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곡물 등 국제 상품가격 인상이라는 무역 측면, 유동자금 유입이라는 금융시장 측면에서 중국에 충격을 줄 것이다. ”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환율제도는 나라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국가 주권에 속하는 문제다. 변동환율제가 바람직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현실적으로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금의 환율이 얼마나 높고 낮으냐의 문제보다는 환율이 결정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중국은 2005년 이전에는 행정시스템의 틀에서 환율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시장 결정 시스템으로 바꿨다. ”

 -중국과 미국 사이에 화폐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웃으며) 아주 민감한 질문이다. 중국은 값싼 물건을 수출하고 채권을 사주는데 미국인들이 기분 나쁠 게 뭐가 있나. 양국의 이익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전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

 -중국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굴복해 ‘제2의 일본’이 될 가능성은.

 “1985년 ‘플라자 협의’ 때 많은 나라의 압력으로 일본이 굴복했지만 중국엔 굴복은 없다. ”

 -언제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과 자본시장이 될 것으로 보나.

 “세계 최대라는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공정함과 효율이 중요하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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