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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GMO (생명공학작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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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틴틴 여러분, 배추값이 한 포기에 1만원 이상으로 폭등해 난리가 난 것이 엊그제 같네요. 이후 배추값이 많이 내렸다지만 여전히 예년보다는 높다고 해요. 다른 채소 값도 크게 출렁거리긴 마찬가지고요. 국제적으로 곡물가격 또한 불안정해 걱정이 점점 커집니다. 왜 그럴까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문제입니다. 길게 보면 공급에 비해 수요가 빠르게 늘어 가격이 더 오를 건 분명합니다. 경작지는 유한한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이죠. 지금부터 40년 뒤인 2050년께 인류에게 필요한 식량은 지금의 2배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식량 가격 안정을 위한 묘책은 없을까요. 생명공학작물이라는 대안이 근래 활발히 논의되고 있어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라고 들어본 분 있죠? 과연 몸에 나쁘진 않은지 식품안전성을 놓고 논란의 도마에 자주 오르기도 합니다. 문제의 생명공학작물을 알아보도록 하죠.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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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몬산토 연구개발센터에서 자라는 생명공학작물(GMO) 대두. [몬산토 제공]

◆어떻게 만들까=생명공학작물을 정의하면 특정 생물체가 지닌 유용한 유전자를 이 유전자가 없는 작물에 투여해 유전물질(DNA)의 일부를 재조합한 작물을 말합니다. 좀 어렵나요? 가령 어떤 미생물에서 해충에 강한 단백질 유전자를 찾아 옥수수에 삽입하면 해충에 강한 옥수수가 탄생하는 겁니다.

 생명공학작물은 크게 4단계를 거쳐 만들어져요. 우선 식물의 유전자를 분석해 유용한 DNA를 추출합니다. 이를 다른 생물체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벡터’라는 운반체 안에 끼워 넣습니다. 그 다음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유용한 유전자를 원하는 작물에 이식해 형질을 전환합니다.

여기서 형질이란 아까 얘기한 옥수수를 예로 설명하면 해충에 강한 성질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해 형질이 변화된 세포를 배양한 뒤 원하는 개체를 선발하고 안전성 심사를 맡는 규제기관의 심사를 거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같은 정부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상품화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단계를 모두 거쳐 생명공학작물이 하나의 상품이 되기까지 무려 10년 이상 걸린다네요.

 ◆늘어나는 경작지=‘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 서비스(ISAAA)’라는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생명공학작물 재배면적은 1억3400만㏊로 2008년의 1억2500만㏊보다 7% 늘었습니다. 생명공학작물이 본격 재배되기 시작한 1996년에 비하면 13년 만에 80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죠. 이런 작물을 재배하는 나라도 96년 6개국에서 지난해 25개국으로 늘었어요. 전체 곡물 농지의 9%에서 생명공학작물을 재배하며,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겁니다. 경제성이 좋기 때문이죠.

우선 수확량이 늘었습니다. 96년부터 2007년까지 옥수수는 33%, 콩은 20% 가까이 늘었다고 해요. 생산량이 늘어나니까 농가 소득도 올라가게 마련이죠. 최근 영국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생명공학작물 재배 농가가 일반작물 재배 농가에 비해 수확량도 많고 소득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어요.

 생명공학작물을 개발하고 종자를 파는 회사들은 이처럼 수익성이 높다는 점을 홍보합니다.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미국 몬산토가 선두에 서 있습니다. 가장 큰 이점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옥수수처럼 기후변화에 잘 견디고 생산성이 높은 가뭄저항성 생명공학작물은 급속한 사막화 등으로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빈국의 식량문제 해결에 긴요할 수 있습니다.

 또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답니다. 가령 해충에 강한 면화나 제초제 저항성을 가진 옥수수는 일반 옥수수나 면화에 비해 살충제나 제초제를 훨씬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와 토양의 오염을 줄여 줍니다. 같은 연료와 물을 가지고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으니 농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줍니다. 실제 2007년 기준으로 생명공학작물 재배를 통해 142억㎏의 이산화탄소를 줄였다고 하는데, 이는 1년 동안 630만 대의 차량이 뿜어낸 배기가스에 버금갑니다.

 ◆유해성 논란=생명공학작물은 다양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반대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와 유럽·호주·뉴질랜드 등 전 세계 20여 개국은 생명공학작물을 원료로 만든 일부 제품에 대해 표시제를 시행합니다. 인체 유해 가능성 때문입니다. 가령 살충 효과를 내는 유전자를 삽입한 옥수수를 장기간 섭취하면 인체에 들어온 살충 성분이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아직까지 심각한 알레르기나 독성 등의 문제가 생긴 사례는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소비자 단체들은 과학적으로 근거를 대며 말하기는 어렵지만, 생명공학작물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생명공학작물의 인체 유해성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정부도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생명공학작물에 좀 더 엄격한 안전성 시험과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논란과 무관하게 생명공학작물 생산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식량난을 해결해줄 몇 안 되는 방안의 하나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 생명공학작물의 재배를 통해 늘어난 수확량을 보면 2008년 한 해 전 세계 4대 작물(콩·옥수수·면화·카놀라)의 생산량 증대분만 2960만t입니다. 일반 작물을 재배해 이 정도 수확하려면 1050만ha의 재배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는 남한의 면적보다도 조금 넓은 규모입니다. 생명공학작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던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도 비타민 함량이 높게 변형된 ‘황금쌀’처럼 빈국의 기아 극복에 쓰이는 것이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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