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용석의 Wine&] 한 병에 2억6000만원 … ‘샤토 라피트 로칠드’ 사냥하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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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달 29일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와인 경매가 화제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 1869년산’ 한 병이 와인업계 사상 최고가인 23만 달러(약 2억6000만원)에 팔렸기 때문이다. 1985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1787년산 샤토 라피트 로칠드 한 병이 16만 달러(약 2억원)에 낙찰된 기록을 갈아치웠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보르도에서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과 함께 ‘5대 샤토’로 꼽힌다. 보르도 메독 지방 1등급인 5대 샤토는 양조장에서 출고하는 와인 가격은 동일하다. 하지만 선물(先物) 거래와 경매 시장을 거치며 가격 차가 벌어진다. 5~6년 전만 해도 5대 샤토 중에선 샤토 라투르가 가장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엔 라피트 로칠드의 인기를 당할 와인이 없다. 라피트 로칠드 2000년산의 경우 2004년만 해도 현지에서 박스당 4000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만 달러를 줘도 구하기 힘들다.

 이유는 중국이다. 중국인들은 5대 샤토 중 라피트 로칠드를 유난히 선호한다. 나라식품의 이민우 본부장은 “중국 신흥 갑부들의 경우 투자용으로 라피트 로칠드를 사서 땅에 묻어두는 것이 유행”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와인 경매도 ‘라피트 로칠드’를 위한 특별전이었다. 낙찰 총액도 애초 소더비가 예상한 250만 달러를 엄청나게 초과한 8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인들이 라피트 로칠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꾸준한 품질에 있다. 라피트 로칠드는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1등급으로 분류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맛을 자랑한다. 라피트(Lafite)란 이름이 중국인들에게 발음하기 쉽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중국은 와인 소비 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르도와인연합회(CIVB)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과 홍콩의 보르도 와인 수입액은 1억1800만 달러다. 프랑스 와인의 주요 수입국인 영국을 앞질렀고 수입량 기준으로는 독일보다 많다.

 라피트도 중국에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 2008년산 와인병(사진)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八’자를 새긴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은 라피트 로칠드가 중국 산둥성에 포도밭을 조성한 해이기도 하다. 실제 중국은 와인 소비량도 많지만 세계 6위의 와인 생산국으로 호주보다 생산량이 더 많다. 2009년 중국이 소비한 12억 병의 와인들 중 수입 와인은 8.5%에 불과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blog.joins.com/son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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