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변호사들 홍콩행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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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글로벌 로펌 ‘노튼 로즈’가 홍콩에 두고 있는 아시아 본부에선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신임 변호사 채용 면접이 실시된다. 업무가 밀려들어 변호사가 태부족인 까닭이다. 지난해 6월 45명이었던 변호사가 지금은 90명으로 두 배로 늘었지만 그래도 인력이 부족하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스태너드 본부장은 “중국 기업의 법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변호사와 지원 인력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 변호사들이 홍콩으로 밀려들고 있다. 홍콩 신보(信報)에 따르면 홍콩에 등록한 외국계 로펌은 모두 70개사. 지난해 11개사가 신규 설립됐고, 올해 말까지 11개사가 새로 문을 연다. 홍콩에서 로펌이 늘고 있는 것은 홍콩이 세계 기업공개(IPO)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게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 홍콩의 IPO는 53건 239억 달러에 달한다. 뉴욕(107억 달러)과 런던(70억 달러)을 크게 앞선다.

 중국 기업의 투자·법률 자문 수요가 증가하면서 변호사들의 자리 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컨설팅 업체 DHR인터내셔널의 캐롤린 림 부사장은 “글로벌 로펌들이 다른 지역의 인력을 줄이고 홍콩 본부로 재배치하고 있다”며 “요즘엔 이마저도 부족해 홍콩 현지 변호사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림 부사장은 “올해 홍콩에 등록한 국제 변호사가 지난해보다 40% 늘었다”며 “신재생에너지·의료·제조 분야 전문 변호사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의 IPO를 주관해 온 미국계 로펌의 홍콩 지사에 근무하는 이모(40) 변호사는 최근 홍콩 변호사 자격을 땄다. 회사에서 IPO 물량 배정 등 국제 업무와 홍콩 법무 업무를 일원화하면서 홍콩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소속 변호사들이 홍콩 변호사 자격을 따도록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이 회사에선 홍콩 법무법인을 고용해 IPO를 진행해 왔다.

 중국기업이 홍콩에서 IPO를 하게 되면 홍콩 금융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홍콩법원이 관할 법원이 된다.

 특히 중국기업의 투자와 증시상장 업무가 늘어나면서 관련 업무뿐 아니라 중국어 구사 능력까지 보유한 변호사들은 시장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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