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교장·교무·행정실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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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년 경기도 100개 초·중·고교에서 교장실이 사라진다. 교장이 행정업무를 직접 챙겨 교무실과 행정실의 갈등을 조정하고, 교사들이 행정실과 교무실로 오가는 불편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박경석 경기도교육청 교육국장은 14일 “교장실을 없애고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교육지원실’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교원 행정업무 줄이기 2단계 추진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교장실·교무실(교무행정)·행정실(일반행정)로 나눠진 학교 행정업무가 교육지원실로 일원화된다. 별도의 방에 분리된 교장실은 없어지고 대신 교육지원실에 개방형 칸막이 형태로 교장의 업무공간을 마련한다. 현재의 교장실은 학생 상담실이나 교원 회의실 등으로 사용된다. 김영희 장학사는 “교육지원실이 행정업무를 총괄하게 되면 교사들은 수업과 학생지도, 연구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지원실에는 칸막이 등 공간 통합 시설 관련 예산이 지원되고 교무행정을 보조하는 인력이 배치된다.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2125개 초·중·고교 가운데 혁신학교 43개교와 이달 말까지 일반 학교를 대상으로 20개교를 모집·선정하는 등 100개교를 대상으로 1년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이 결과를 본 뒤 2012년부터 교육지원실 설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시범학교에는 시설 리모델링 비용으로 1500여만원이 지원된다.

 이와 별도로 도교육청은 2012년까지 도내 모든 초·중·고에 ‘교무행정 업무처리 전담팀’을 구성·운영한다. 전담팀은 교감, 교무·연구 등 부장교사, 교무·전산 등 지원 인력으로 구성되며 교감이 총괄한다. 올해 초 시흥시 장곡중을 전담팀 시범학교로 지정해 운영한 결과 상반기 접수 공문 3508건 중 97.2%인 3409건을 전담팀이 맡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은 또 내년 공문서 유통량을 10% 줄이기 위해 외부기관의 협조 공문이 교육청을 거치도록 하는 ‘공문 필터링 시스템’을 마련했다.

 단순 통계처리 업무를 줄이기 위해 NEIS, 에듀파인 등 교육정보시스템을 통합 운영하고, 도교육청 통계처리 전담부서가 자료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도교육청의 이런 계획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윤완 경기교총 교육정책위원장은 “교사들의 업무를 줄이기 위한 방침이 나온 것을 환영한다”며 “그러나 교사들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 교장실을 없애는 것은 포퓰리즘일 뿐 실질적인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무업무와 행정업무를 엄격히 분리하고 행정인력을 늘리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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