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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tory] 한국을 이끄는 24명 무슨 책을 읽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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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교보문고

지금은 유명하게 된 교보문고의 지난달 벽보 문구는 이랬습니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괴테가 한 말을 조금 바꿨다는데 어쨌거나 대문호가 한 말은 역시 울림도 큽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분명 사람들이 나를 읽는 지표가 될 겁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또는 신문을 읽는 당신의 모습이 DMB로 드라마를 보거나 고스톱·오락을 하고 있는 모습보다는 우아하게 보일 거란 얘깁니다.

 생각이 좀 더 깊은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무엇을 읽고 있는지도 궁금할 겁니다. 특히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가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관심 있을 겁니다. 그것이 곧 다음 달, 아니면 내년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방향타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j를 읽는 독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j가 나섰습니다.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어 가고 있는 리더들이 지금 무슨 책을, 또 왜 읽고 있는 지를 물어봤습니다. 그것들을 모으는 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값진 것이었습니다. 24명이 응답해 주셨습니다. 리더들은 역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미래에 대한 비전과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누가 무엇을 읽는지 보십시오. 전문 책평론가의 책 소개도 함께 넣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도 1년에 50권, 100년을 살아도 5000권밖에 읽을 수 없습니다. 좋은 책을 골라 읽어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바쁜 시간에 좋은 책을 효율적으로 많이 읽을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책과 가까워지기 좋은 계절. 즐기십시오.

김창규·김준술 기자

본문 중 ※ 표시는 장동석 북 칼럼니스트의 서평입니다.

<나오는 순서는 윗줄 왼쪽부터 가나다 순>

“인간 세종을 느끼게 됐다 … 500년 전 소통의 리더십, 오늘 되새긴다”

고은(시인)

길가메시 서사시

나의 책 읽기는 책 놀이다. 일과 놀이, 읽기와 놀이의 미분화가 나의 삶이다. 나는 책의 사춘기이고 책의 나그네다.

엊그제는 호메로스보다 2000년 앞선 수메르 서사시 ‘길가메시’하고 놀았다. 그 시의 끝에는 땅끝 주막이 나온다. 주인공이 그곳 늙은 주모 시두리에게 묻는다. 진리는 어디 있느냐고. ‘그런 건 없다오. 술이나 한잔 드시구려’라는 대답이었다.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은 정답 없는 화두이자 논쟁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신화적 영웅 길가메시를 주인공으로 영원한 생명을 향한 인간의 여정을 노래한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 광야를 방황하는 길가메시의 인간적 고뇌는 인간 내면의 보편적 비극에 다름 아니다. 생명과 죽음에 관한 해답은 물론 사랑과 우정에 목말랐던 영웅 길가메시는 숱한 역경 끝에 단 하나의 물음과 답에 서게 된다.

김황식(국무총리)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인디언의 세계를 어린 소년의 순수한 감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첨단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었다. 소박하고 진실한 인디언의 삶과, 위선과 탐욕으로 물든 현대사회의 모습은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며 나의 마음을 울렸다. 저자는 주인공인 ‘작은 나무’의 삶을 통해 자기 욕심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현대인의 삶의 허구성을 이야기한다.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할머니와 생활하는 ‘작은 나무’의 삶은 자연의 이치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지혜의 연속이다.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보답을 바라지 않고 사랑으로 섬기는, 영혼의 마음으로 세상과 호흡할 수 있는 생활철학으로 가득하다. 모든 사람이 시린 칼바람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삶의 단출한 행복을 경험하는 소중한 체험이다.

박현주(미래에셋 회장)

낙관론자들의 승리

기업가, 그중에서도 자산운용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가는 항상 소수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 한 눈은 현 상황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하고, 다른 한 눈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두울 때 밝은 빛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밝을 때는 어두움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소수의 관점에 서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낙관론자’가 돼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널뛰기를 해대는 주식시장. 덩달아 숱한 개미들도 울다가 웃기를, 웃다가 울기를 반복한다. 이 책은 ‘장기 투자’와 ‘자산 배분’을 키워드로 삼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주식에 투자한 ‘위험 감수자’가 장기적으로 승리자였다”고 주장한다. 지난 100년간 16개국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이 책은 ‘투자 이렇게 하라’류의 재테크 서적과는 확연히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박희태(국회의장)

인물로 보는 조선사

조선이 변화가 없는 고인 물과 같았다는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우쳐주는 책이다. 조선이 말기의 무능, 국제정세에 대한 어두운 판단능력으로 국운이 다하게 됐지만, 500년 이상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진취적 개혁정신과 개혁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새겨둬야 한다는 점에서 교훈을 주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아서, 조선의 역사를 조망하는 일은 곧 오늘 우리의 삶을 고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한편 역사는 숱한 민중의 삶이 결합된 총체적인 것이지만, 하나의 인물을 통해 한 시대를 관통한 역사적 맥락을 짚어낼 수도 있다. 이 책은 임금으로부터 혁명의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27명의 인물을 통해 조선의 생생한 이야기를 한 줄기 맥으로 풀어내고 있다.

백용호(대통령실 정책실장)

국부책

최근 중국의 행보가 세계를 긴장시키는 가운데 이 책은 현재 중국이 지향하는 경제철학과 전략을 확인케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책은 경제균형을 통한 경제안정 추구라는 ‘동태적 평형사상’을 통해 부국(富國), 나아가 세계경제 대국으로 올라서고자 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와는 밀접한 관계 속에 있는 만큼 중국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경제적 현상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대처법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삶의 환경이 다르고, 처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양의 경제학과는 차별된 동양의 경제학을 논하면서 『관자』를 해답으로 지목한다. 『관자』의 키워드인 ‘부국안민’이 세계 변화의 흐름과 절묘하게 만난다는 것이다. 국가의 주인인 백성을 이롭게 하고 그로써 국가의 부강과 사회질서를 회복하자는 저자의 주장은 일견 타당성을 갖는다.

안상수(한나라당 대표)

세종처럼

반대자를 설득해 인재로 등용하고, 여론조사, 남녀 노비에게 출산휴가제도 도입, 여성을 위한 여의사 선발교육 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했던 세종의 리더십은 500년이 지난 오늘날의 정치인에게 귀감이 된다.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강한 추진력을 겸비하되, 늘 토론하고 소통하며 열정을 바쳐 헌신했던 위대한 인간 세종을 마주하며 그가 말한 ‘감동의 정치’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이용훈(대법원장)

세종처럼

이용훈 대법원장은 『세종처럼』을 추천하면서 이유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실록에 나타난 세종의 리더십을 현대 경영에 접목해 소통과 헌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란 점에서 사법부 수장으로서 그가 가진 생각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가 내년 9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사법부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권석천 기자)

※개혁 군주 정조가 롤모델로 삼았던 세종은 소통하는 리더였고, 아울러 헌신하는 리더였다. 이 책은 소통과 헌신을 주제로 삼아 국가의 최고경영자이자 리더였던 세종의 강단 있는 국정운영을 고찰하고 있다. 소통과 헌신의 중심에는 기득권층이 아니라 백성이 있었다.

세종은 강원도 대기근 당시 대군들의 토지를 일부 거둬 들여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노비들에게 100일의 출산휴가를 주었다.

세종의 소통과 헌신에는 끝없는 기다림도 자리 잡고 있었다. 세종은 매사에 “함께 의논하자”고 했으며, 설정된 목표에 왜 도달해야 하는지,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 일깨우며 ‘함께’ 일했다. 『세종처럼』은 ‘말’에 멈추지 않고 ‘일’을 이루어낸 지도자를 통해 우리 사회 리더십의 지향점을 일러준다.

‘석달 시한부’ 날벼락 선고 … 유진 오켈리의 ‘마지막 작별’은 특별했다

이어령(전 문화부 장관)

창조적 계층의 출현

나는 좋은 책을 읽을 때마다 금덩어리를 얻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뒤부터는 내가 원하는 게 금덩어리가 아니라 금덩어리를 만들어내는 창조의 지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 책의 내용은 최근 나를 지배하고 있는 담론이며 디지로그 창조학교와 세살마을을 만들게 한 동력이다. 그리고 이제는 메가리존과 생명자본주의의 이론까지 발전됐다.

우리는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진 자’ ‘못 가진 자’로 사회계층을 양분해 이념대립과 갈등을 낳았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고정관념과 주박에서 풀려나 ‘창조적 계층’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더 충격적이게도 저자는 후속작 『창조계층의 비상』에서 종래의 GDP가 아니라 재능·기술·관용 등 ‘3T’ 등을 지표로 한 ‘GCI’로 세계 39개국의 순위를 다시 매겼다. (이어령)

윤증현(기획재정부 장관)

남한산성

임금이 성을 나와 항복하기까지 ‘남한산성에서의 47일’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은 지도층의 상황인식이 현실과 얼마나 유리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리더십 교재로 손색이 없다. 아울러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불과 9년 만에도 그 역사가 반복될 수 있음을 실증한다. 섬뜩하고 서늘하다. 읽는 내내 조선의 약한 맥박과 백성의 고단한 삶이 눈에 밟히는 소설이다.

※병자년 겨울, 47일 동안 남한산성에서 척화와 주화를 두고 벌어진 무성한 말의 성찬은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켜내지 못했다.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도 민초들의 삶은 계속됐지만, 논리를 앞세운 말과 말의 싸움은 공허했고 적국의 황제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할 뿐이다. 작가 김훈의 『남한산성』은 치욕스러운 역사의 한 자락을 펼쳐 보이면서도 죽음의 자리에서 솟아나는 삶의 연속성을 드러낸다.

정용진(신세계 부회장)

고객이 통치한다

철저한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고객제일의 정신에 대해 다시금 확신을 갖게 됐다. 그 접점에 있는 직원들의 복지 정책을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이 된 책이다. 회사의 정책 하나하나를 고객에게 맞추는 새로운 신세계의 정신을 다시 한번 가다듬게 했고 직원과 하나가 돼 고객을 섬기는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고객이 왕”이라는 말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간해서는 실천하기 힘든 명제다. 이 책은 고객 중심의 철학을 실천해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존슨앤드존슨, 포시즌스, 구글 등의 사례를 통해 고객이 최고의 가치임을 천명한다. “고객을 알고 고객을 사랑하고 고객을 섬겨라”는 모토는 세상 모든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이면서 변화무쌍한 정글을 헤쳐 나가는 첩경이다.

정준양(포스코 회장)

신뢰의 속도

‘의사소통은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내용이 있다. 신뢰라는 것이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서 상호 신뢰가 형성되면 비용 절감 등 선순환 효과를 일으켜 엄청난 가속도가 생긴 다. 업무를 할 때 신뢰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면, 자료 공유에 걸리는 시간이나 신빙성을 입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만큼 이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제아무리 성공한 조직이라도 신뢰가 없으면 사상누각이다. 신뢰는 더디 가는 것 같지만 빠르게, 더불어 가는 길로 이끄는 원동력인 셈이다. 이 책은 실증하기 어려운 사회적 덕목인 신뢰가 낡은 원리원칙이 아닌 오늘 우리 사회에 절실한 미덕임을 보여준다.

원리뿐 아니라 신뢰를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리더를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유용하다.

정진석(천주교 추기경)

성경

어릴 때부터 학교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읽는 것은 나의 가장 큰 행복이자 기쁨이었다. 왜냐하면 책 속에는 내가 가보지 않은 세상이 있었고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위인전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에 퀴리 부인과 에디슨 같은 발명가의 꿈을 키우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19세가 되던 해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나는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다행히 그 시기에 난 성경을 가까이 하게 됐다. 그리고 그 힘으로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 그동안 읽었던 많은 책 중에 성경은 내 인생의 중심이 됐다. 성경은 우리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지침서와도 같다.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성경은 현재도 우리에게 생생히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주고 놀라운 지혜와 교훈을 준다.

최경주(PGA 골프선수)

인생이 내게 준 선물

유진 오켈리는 53세의 나이로 세계적인 회계법인 KPMG의 회장에 올라 인생의 피크를 달리던 중 뇌암 말기로 3개월만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이 책은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했던 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회장으로서 그의 삶을 조명한다. 자신의 삶을 숨가쁘게 살면서 인생의 중요한 것을 돌이켜보지 못하는 현대인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잘나가던 CEO가 말기암 선고를 받았다. 남은 시간은 3개월. 그러나 저자는 낙망하지 않을 뿐 아니라 3개월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영혼을 위한 저축”을 시작한다. 생명의 연장에 대한 집착과 삶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린 저자는 아내와 자녀와 동행하며 3개월의 시간을 채워간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랑을,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위로를 전하며 떠나간 저자의 길은 곧 사랑으로 충만한 삶이다.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

종교전쟁

신학자, 종교학자, 그리고 과학철학자가 펼친 참으로 진지하고 정직한 담론을 담고 있다. 이들의 대화에는 세 가지 중요한 소통의 덕목이 존재한다. 비움, 귀 기울임, 받아들임. 종교와 과학이 자신을 비우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실재의 깊이는 종교나 과학보다 깊습니다”라는 종교학자 김윤성의 말만 받아들여도 21세기는 훨씬 더 밝아질 것이다. 부쩍 성숙해진 우리 지성계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는 종교는 이제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가 됐다. 종교를 빙자한 테러리즘이 횡행하고 과학의 일방주의가 난무하는 시대에 『종교전쟁』은 종교와 과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비록 제목은 ‘전쟁’이지만 이 책에는 모든 종교가 상생하는, 아울러 과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과의 만남이, 그리고 그들이 함께 엮어낼 희망이 숨쉰다.

영웅·국가·공감·애민·소통 … 대선 예비주자들의 관심사

김문수(경기도지사)

영웅의 꿈을 스캔하라

나는 골프를 못 친다. 그런데 얼마 전 골프 칼럼니스트인 김광호 콤비마케팅원장의 특강을 듣다가 무릎을 치고 말았다. 고난이 없는 비전은 가짜이며, 간절함이 성공의 에너지라는 그의 말은 평범하지만 진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바닥에서 출발하라’ ‘영웅의 꿈을 스캔하라’는 충고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수님과 부처님, 공자님은 모두 밑바닥 출신이거나 스스로 고난의 삶을 선택했다.

※이 책은 영화나 소설의 영웅으로 대리만족하지 말고 스스로의 삶을 고양시켜 영웅의 길을 가라고 권한다.

저자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면서 삶을 정체시켜 왔던 요소들에서 과감히 벗어나 자신만의 성공 노하우와 시스템을 갖출 것을 강조한다. 역사 속 영웅의 이야기를 거울삼아 영웅처럼 생각할 것과 그들의 삶에서 창조적 상상력을 키울 것을 강조한다.

박근혜(한나라당 전 대표)

창업국가

 이 책은 이스라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원이 부족하고 인구도 710만 명에 불과한 ‘분쟁의 땅’이 어떻게 21세기 경제 성장을 이뤘는지 심층 분석했다. 이쯤 되면 박 전 대표가 왜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는지 감이 온다. 이스라엘과 우리나라의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눈으로는 이스라엘을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고민하지 않나 싶다. (이가영 기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쟁의 위협 가운데 있지만 이스라엘은 최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이 책은 창의성 교육과 혁신적인 벤처 창업, 생산적인 군대 시스템이라는 주제를 통해 21세기형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이스라엘의 현황을 110여 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비슷한 처지의 한국 경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는 추천사가 무색하지 않다.

손학규(민주당 대표)

공감의 시대

저자는 “인류의 역사 전반에 걸쳐 공감 본능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뒤따라야 공감문명이 발전한다고 말하고 있다. 공감의 ‘감’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마음으로 들어가 그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감이 그냥 느낌인 것만은 아니다. 공감은 감정적 반응이면서 실천행위다. 리프킨이 말하는 공감문명, 아니 최소한 공감사회만큼은 꼭 실현하고 싶다.

※무한경쟁, 적자생존만이 난무하는 세상을 이기는 지혜로 충만하다.

이미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을 통해 미래 사회를 예견한 바 있는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를 통해 오픈소스와 협력이 이끄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다. 경쟁이 아닌 공감, 즉 포용적이고 배려적인 문화가 이끄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게 하는 책이다.

오세훈(서울시장)

목민심서

다산 정약용 선생은 불합리한 현장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백성을 편안하게 해줄 해법을 『목민심서』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해법은 200년이 지난 현대 지방행정에 있어서도 변함없이 훌륭한 지침서가 되고 있다. 총 12부의 『목민심서』를 한 장, 한 장 곱씹으면서 읽어 내려가다 보면 행정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 ‘애민’정신과 ‘창의’ ‘청렴’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다산의 애민정신이 가장 절실히 묻어나는 책이다. 실무적이고 기능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지방행정의 부재라는 시대의 현실과 그 속에서 신음한 민초들의 삶을 위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안타까움과 괴로움에서 그치지 않고 그 해법을 강구하기 위해 스스로 민초의 삶으로 뛰어들었던 다산의 삶이 마치 손에 잡힐 듯이 살아 숨쉬고 있다.

유시민(보건복지부 전 장관)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칼 포퍼는 분명하게 대답한다. 이상주의적 사회공학, 즉 사회를 전면적으로 개조하려는 시도의 종착역은 전체주의 독재라는 참극일 뿐이라고.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사회를 개선하는 점진적 사회공학이 더 안전하고 좋은 길이라고. 포퍼는 만사를 시장에 맡기는 ‘방만한 자본주의’를 단호하게 비판하고 ‘민주적 간섭주의’를 옹호했다. 소통을 원한다면 진보든 보수든 제대로 읽을 필요가 있다.

※‘열린 사회’라는 말은 이제 누구나 한번쯤 사용하는 보편적인 것이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칼 포퍼가 말한 열린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확보된, 그래서 개인이 이성에 입각해서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사회’다. 개인의 판단이나 책임은 오간 데 없고, 국가가 시민생활 전체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게 오늘 우리의 현실은 아닌지 한번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김정은 세습 코미디, 마르크스의 이 책을 다시 읽게 했다”

김빛내리(서울대 교수)

다윈의 식탁

감명깊다기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진화론에 대해 여러 입장에서 토론하는 형태여서 다양한 시각을 체험할 수 있다. 진화를 생각하면서 내 연구주제인 마이크로 RNA(세포 속에서 유전자가 과도하거나 부족하게 활동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작은 리보핵산)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총, 균, 쇠』의 영문판(Guns, Germs & Steel)도 흥미있게 읽었다.

※국내 교양과학서적의 진일보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다윈의 진화론도 그렇지만 그것을 두고 논쟁하는 후학들, 즉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굴드 등의 사상을 자유자재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학적 상상력과 접목한 대목도 책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극한 감정대립으로만 치닫는 우리네 논쟁이 아닌 진정한 학문적 논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읽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김영희(중앙일보 대기자)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이 북한의 다음 독재자로 지명되는 정치 코미디를 보고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이 책은 저널리스틱하게 쓴 역사상 최고의 정치논설의 하나다. 책의 뼈대는 역사의 반복이라는 마르크스의 결정론적 역사 법칙이다. 전직 총리 네 명의 손자들과 아들이 잇따라 총리가 됐다가 하나같이 실패한 총리로 물러난 일본 정치의 불운도 이 책을 상기시킨다.

나폴레옹 1세는 1799년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가 됐다. 그의 조카 루이 보나파르트도 1851년 쿠데타로 황제 에 올랐다. 마르크스는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은 두 번 등장하되 첫 번째는 장엄한 비극으로, 두 번째는 초라한 희극으로 등장한다는 말로 보나파르트의 쿠데타를 비판했다. 그는 나폴레옹의 그림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나파르트가 음모와 매수와 상징 조작으로 권력욕을 채우는 과정을 불꽃 튀는 문체로 그려냈다. (김영희)

이수만(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화폐전쟁

문화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문화와 금융의 관계, 또한 금융위기나 소위 ‘화폐전쟁’의 시대에서 문화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고 변모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아가 앞으로 문화산업이 해외 진출을 어떻게 펼쳐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해외 활동을 해나가야 되겠는가 등 해외 활동 관련 전략 구상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21세기의 핵무기 ‘금융 공격’이 시작됐다. 화폐를 통제하는 자,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부제만큼이나 책 내용도 도발적이다. 저자는 지난 3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의 배후가 국제 금융자본 세력임을 주장하면서 화폐가 지배하는 세계의 폐단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읽는 재미가 남다를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적 사실이라 충격 또한 크다.

정진석(대통령실 정무수석)

콜디스트 윈터

 1000쪽이 넘는 대작인 만큼 요즘은 사무실 책상 위에 두고 바쁜 업무 중 짬이 날 때마다 읽고 있다.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이 책은 나에게 ‘한국인인 내가 6·25가 이처럼 참혹한 것인 줄 몰랐구나’ 하는 깨달음을 안겨준다. 뉴저널리즘의 창시자로 불리는 작가의 역작인 만큼 전쟁에 대한 묘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생생하다.

※여전히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지만 한국전쟁의 기억만큼은 지우고 싶은 것이 우리 속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남과 북의 내전이 아닌 미국·소련·중국·일본이라는 지정학적 관계와 냉전이라는 국제정세 속에서 발발한 세계전쟁으로서의 한국전쟁을 고찰한다. 세세한 전투 분석은 물론 주변국의 정치 상황까지 완벽하게 분석하고 있어 한국전쟁을 새로운 틀에서 조망할 수 있다.

현인택(통일부 장관)

디플로머시
지난봄 서울에서 헨리 키신저와 마주 앉을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고 있는 인류의 노력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마지막에 필자가 미지의 세계를 가는 정책결정자의 고뇌를 표현한 듯한 『디플로머시』 마지막 구절을 읊조리자 그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같이 따라 하는 것이 아닌가. “여행자여, 길은 없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출신으로서 베트남전 말기 국가안보 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냈던 헨리 키신저가 썼다. 200여 년에 걸친 서구 열강의 근·현대 외교사를 한 권의 통사(通史)로 써냈 다. 이 책을 관통하는 관점은 ‘국제정치는 철저히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현실주의다. 저자는 “ 냉철한 국익에 기반하지 않은 외교정책들은 대체로 실패했다 ”고 분석한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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