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동양방송) 시간여행] 25회 와우아파트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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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 삼풍백화점 붕괴. 부실시공이 참사를 불러일으킨 1990년대의 대표적 대형사고입니다. ‘우리도 잘 살아보자’며 뭐든지 서둘러서 빨리 만들어야 했던 개발연대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사건이죠. 지금은 장년층이 된 TBC 시청자들은 이들 사건에 앞서 먼저 와우아파트 사건을 떠올릴 겁니다.

1970년 4월 8일 새벽. 준공한지 넉 달 도 안 된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와우아파트 15동 건물이 무너졌습니다. 새 아파트가 무너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입주민들은 새벽잠에서 미처 깨기도 전에 건물 더미에 깔리고 말았습니다. 온갖 건물 잔해가 나뒹구는 사고 현장은 폭격을 맞은 전쟁터에 가까웠고, 결국 33명의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와우아파트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였습니다. 설계단계부터 잘못됐고, 서울시에서 하청을 받은 업체가 공사비를 깎기 위해 부실기업에 다시 하청을 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철근, 시멘트 등의 자재는 제대로 된 건물을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하게 쓰였고, 결국 사고를 불렀습니다. 붕괴 사흘 뒤에 열린 희생자 합동 위령제엔 유가족뿐 아니라 일반시민 800여명이 모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현재 국내 건설사의 시공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 두바이’도 국내 건설사가 지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오늘날의 영광 뒤엔 과거의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또 다시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TBC 시간여행이었습니다.

글=허진 기자, 영상=최영기 PD, 차주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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