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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담 … 서울은 경비 비상, 지방은 범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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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 방호벽이 설치됐다. 코엑스 주위에 총 1700m의 방호벽이 완성되면 12일 오후 10시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강정현 기자]

“서울은 지금 경비가 강화돼 농촌(지방)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10일 충남 논산경찰서에 검거된 빈집털이범 전모(45·서울 노원구 월계동)씨는 범행 이유에 대해 이렇게 털어놨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방에서 경찰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틈을 노렸다는 것이다. 전씨는 8일 오후 2시 논산시 양촌면 최모(54)씨 집 현관문을 드라이버로 열고 들어가 귀금속 등 1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G20 정상회의(11~12일)와 관련해 전국 각지에서 치안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이 정상회의 안전을 위해 각 지방 경찰을 대거 서울로 차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휴가를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치안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각 지방경찰청별로 치안확보를 위해 갖가지 묘안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 지방 경찰청별로 7~36%의 병력이 서울로 차출된 상황이다. 전북경찰청에서는 직원의 20%인 1000여 명이 G20 지원을 나갔다. 이 때문에 지구대의 인력운용을 과거 3∼4교대에서 2교대로 돌리고 있다. 일선서의 형사·교통 분야는 3개 팀을 2개 팀으로 조정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격일제로 근무하고 있어 업무강도가 높고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경찰청은 전체 경찰력의 36%가 G20 치안업무에 차출됐다. 대전·충남의 경우 각각 25%의 경찰력이 서울로 올라갔다. 각 경찰서 형사과장 등 범죄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중간간부들도 이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대전경찰청 계장이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을 한시적으로 겸임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8명 중 3명이 차출된 충북 옥천군 이원파출소의 경우 파출소장을 포함해 5명이 2교대로 근무조를 편성해 업무공백을 줄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2명이 한 팀으로 편성된 파출소에서는 “(직원 출동 시)유선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한 뒤 문을 잠그고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경우회와 자율방범대·해병전우회·대학생·경비업체도 치안활동에 동참했다. 지역 경찰력의 36%(1600여 명)가 빠져나간 인천경찰청은 사설 경비업체, 생활안전협의회 회원 등 600여 명의 협조를 받기로 했다.

 전북경찰청의 경우 자율방범대·경우회 등에서 하루 930여 명이 돕고 있다.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대에 모범운전자회·녹색어머니회 등에서 하루 1300여 명이 나와 교통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원주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학생 83명은 9일부터 원주경찰서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대별로 18~20명씩 배치돼 경찰관과 함께 112 순찰차를 타고 순찰하거나 도보 순찰, 관내 근무 지원 등 하루 두 시간 정도 경찰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별도의 치안시스템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경찰청은 ‘마을지킴이(Farm Watch·신고요원)’ 제도를 활용한다. 경북 지역은 면적이 1만9000여㎢에 달하지만 농어촌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확철 농축수산물 절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마을지킴이 제도는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다 수상한 사람이나 낯선 차량을 만나면 휴대전화 단축키(88번)를 누르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전화 신호음은 곧바로 관할 파출소로 연결된다. 경북도내 주민 4만410명이 참여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박희룡 생활안전과장은 “‘마을지킴이들에게 G20 기간 중 각종 범죄행위 발생 여부를 잘 감시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전국종합]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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