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졸업 예비생들 소중한 시간 허비하게 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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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졸업을 앞둔 초6·중3·고3의 학년말 교실 분위기는 어수선하게 마련이다. 특히 기말고사와 수능이 끝난 뒤에는 교과서에서 손을 놓으면서 교실수업이 파행(跛行)을 빚기 일쑤다. 법으로 정해진 수업일수 때문에 학생들은 등교하지만 정상수업 대신에 자율학습이나 비디오 시청 등으로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식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다면 너무나 아깝다. 기말고사·수능 이후 상급 학교 입학 때까지는 겨울방학을 포함해 무려 석 달이다. 이 기간을 생산적이고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졸업예정 학생들을 위해 문화·예술 중심의 ‘전환기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대안의 하나라고 본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작가와의 대화, 외국어 습득 단기 과정, 1인 1악기 다루기, 국악초청공연 등 프로그램을 안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종문화회관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희망제작소 등 외부 기관과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이런 구상도 일선 학교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하다. 개별 학교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학교별로 학생들이 과정을 잘 마무리하고 상급학교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방법은 찾기 나름이다. 학창시절의 하루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 졸업한다고 들떠서 귀중한 시간을 얼렁뚱땅 흘려보내게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