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D-2] 황당한 광저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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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개막(12일)이 다가오면서 중국 광저우 현지는 축제 분위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선수단은 아직도 ‘행정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단의 출입카드다. 대한체육회가 9월에 수령했어야 할 출입카드 중 150장이 주최 측의 미숙한 행정처리 탓에 누락됐다. 이를 모두 현지에서 받기로 했는데, 막상 와보니 조직위원회는 “그런 기록이 없다”며 카드를 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다 보니 조직위 민원 창구에서는 각국 임원들의 고성이 자주 나오고 있다.

 ◆상식이 안 통해=박태환(21·단국대)을 개인지도하고 있는 마이클 볼(호주) 코치는 7일 경기장인 아오티 수영장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수영장은 여러 종목의 경기장이 몰려 있는 아오티 체육공원 안에 있는데, 공원 입구에서 ‘입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수영장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공원 입구는 못 들어간다”는 이유였다. 서너 시간 승강이를 벌인 끝에야 “입장하라. 시스템 오류였다”는 대답을 들었다.

 7일 조직위는 느닷없이 선수촌 내 자전거 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전에 들어온 선수들은 선수촌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었다. 이후 조직위는 갑자기 “사이클 포장을 뜯지 않으면 반입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어설픈 행정처리=대한축구협회 김용수 대리는 5일 ‘취재기자 출입카드’를 받아들고 아연실색했다.

축구협회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김 대리 이름으로 선수단 임원과 취재기자 출입카드를 동시에 신청했다가 대회 전에 기자 카드를 취소시켰다. 그런데 조직위가 이 요청을 반대로 처리하는 바람에 김 대리는 대표팀의 첫 훈련 때 입장을 제지당했다. 4일 입국한 승마대표팀은 말 컨디션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의사가 출입카드를 받지 못해 훈련에 애를 먹었다.

 ◆움직이기 어렵네=8일 광저우에 도착한 사격대표팀은 공항 통관에 3시간이 걸렸다. 대표팀이 신고한 총기 숫자와 세관에서 세어본 숫자가 달라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보안 관계자가 같은 총기를 두 번 세어 놓고 그걸 못 찾았다는 것이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8일 남자축구팀의 북한전을 관전했는데, 이때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를 배정받기 위해 주무가 사흘간 싸워야 했다. 조직위 관계자들이 “왜 훈련 안 하고 다른 경기를 보러 가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행정처리를 미뤄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참가국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그나마 조직위가 최근 들어 부랴부랴 움직이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광저우=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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