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모 밝혀야" 양당 비슷한 게이트 관련 비난 논평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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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은 돈개천이다. 서울시 권력형 비리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열린우리당)"

"청와대가 몸통 아닌가. 오일게이트 진상규명 작업은 청와대의 개입 사실 은폐의혹을 규명하는 작업이 되었다.(한나라당)"

각각 '오일게이트'와 '청개천 재개발 사업 비리'등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10일 일제히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서로를 비난하고 나섰다.

동시에 검찰 수사를 받고 여야의 최고 지도부가 의혹의 중심이라는 공통점처럼, 서로를 비난하는 양 당의 논평 역시 비슷한 내용과 형식을 담고있어 화제다.

여야는 '닮은 꼴 논평'을 통해 각각 "오일게이트의 몸통은 청와대"."청계천 재개발 사업 비리는 서울시 권력형 비리사건"이라 서로를 비난했다.

한나라당 공격의 첨병으로 나선 것은 열린우리당 이규의 부대변인.

이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계천 복원 사업에 얽힌 한나라당과 서울시의 도덕적 해이가 '점입가경'이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심인 양윤재 서울시 부시장은 이명박 시장의 핵심 브레인이며 14억을 받은 김일주씨는 이명박 시장과 동문이고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 출신"이라고 비리의혹을 이명박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전체에 대한 것으로 몰고 나갔다.

또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전방위로 로비를 한 단서를 포착했다"며 의혹 확산을 노렸다.

여기에 맞서는 한나라당 정양석 부대변인의 논평도 열린우리당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었다.

정 부대변인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만으로도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깊이 개입되어 있고, 지금은 뭔가를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의혹의 중심으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몸통이라는 확신이 점점 더 굳어진다"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민정수석은 진실과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모두 상대 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서울시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가 있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마땅하다"며 "검찰의 투명하고 명명백백한 수사과정을 1000만 서울시민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고 했다.

한나라당도 "(청와대 측의)은폐는 부질없는 헛수고"라면서 "검찰이 못 밝히면, 특검이 밝힐 것이고, 특검 다음은 국정조사가 대기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연루사실이 곧 밝혀질 것이라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양당의 닮은 꼴 논평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직장인 오중한(30)씨는 "오일게이트 사건이건, 청개천 복원사업을 둘러싼 의혹이건 소속정당과 이름만 다를 뿐,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다를 것이 없다"면서 "겨묻은 개가 똥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장인 서모(31)씨도 "결국은 여야 모두 더럽다는 것 아니냐"면서 "비리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비리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쪽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이라 비난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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